삼월에 시작한 시강좌 수업이 어제로 종강을 했다.
영영가는 것도 아닌데, 내년 삼월이면 또 뵐 수 있는데
알퐁스 도테의 '마지막 수업'처럼,
몇 번이나 눈자위가 붉어지는 것이 내 맘같이 훤히 보여서
나도 그녀처럼 몇 번이나 수업시간에 뜨거워지는 가슴이 있었다.
교재 중에 젊은 비평가라는 신형철씨의 문장이 있었는데,
글이 명징하고 아름다워 시 같은 느낌을 주는 문장이 있었다.
사랑할수록 문학과 더 많이 싸우게 된다.
사랑으로 일어나는 싸움에서
늘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이는
잘못을 저지른 쪽이 아니라
더 많이 그리워한 쪽이다.
견디지 못하고 먼저 말하고 마는 것이다.
그래야 다시 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늘 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진다.
나는 계속 질 것이다.
더 많이 사랑한 사람이 지는 게 사랑이지만,
더 많이 아파한 사람이 이기는 게 詩다.
- 신형철
당신이 준배해 왔음에도 읽으시곤, 페이지도 바뀌지 않고 두세줄 띄워서
프린트된 시 2편을 잊어버린 교수님! 종강 마무리 인사를 하셨다.
그러고선 화장실 다녀오시고,
"죄송합니다. 시 2편 준배해 온 것을 잊어버렸어요 다시 수업할게요.."
필름은 술에 취하면 끊어지는 줄 알았는데
문장에 취해서 끊긴 모습이라니,
아름다운 마음을 만나면 따뜻한 기운이 번진다.
위로해 주고 싶을 만큼 아픈마음을 만나면 달려가 안아주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글의 힘이다.
나도 가끔 감정이입이 잘되어 자제하지 않으면 오지랖 넓달까, 하여 조심하고 경계하는 편이다.
그러고 싶은데 안 그런척 한다는 것은 재밌는 일도 쉬운 일도 아니지만,
여럿이 모인 자리거나 전체적인 분위기, 내 자리 때문에 안 그런척 할 뿐이다.ㅎㅎ
그러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도 그렇다는 걸 알게되면, 확 엎어지고 싶은 순간이 있다.
'나는 계속 질 것이다.' 이 문장 때문에 교수님은 엎어지신 것 같고,
나는 그런 그녀 때문에 한 번 더 엎어졌다.ㅎㅎ
만남! 하늘의 별 만큼 숱한 사람들이 있지만, 좋은 마음이 생기는 사람은 쉽지 않다.
말개서, 내 맘인 것 처럼 그의 맘이 느껴지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건 복이다.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은것이 아닌, 그냥 좋은 사람들,
지난 삼월 그렇게 몇 년 전부터 만나고 싶어했던 그녀와
단체로.. 그들이 내게로 왔다.
네루다의 시처럼,
그래 그날이었어,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