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한 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어느 이등병의 편지' 노랫말은 참 시적이다.
작은아이는 입대를 한달 앞두고 있다.
학교 친구들과 바다여행도 다녀오고,
자주 못봤던 초, 중, 고 친구들도 만나고
나름 정리하듯 차분한 시간들을 보내는 것 같았다.
어제도 친구들과 맛난 것도 먹고 수다도 나누고,
영화도 보고 실컷 놀았는데도 이상하다며 던진 말이다.
"뭘해도 재미가 없어!"
받아놓은 날이라 하루하루 갈수록 심기가 편치 않은 듯 하다.
세상이 저하고 상관없는 영화스크린 같은 느낌인지.
무얼 함께 해 볼까하면, 가만 놔둬달라는 당부뿐이다.
이쯤에서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은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해"라는 말 인 것 같다.ㅋㅋ
특히 여자들이 말하면 정말 싫어하는 것 같고,
그나마 가장 현실감 있게 받아들이는 건 복학생들의 경험담이다.
선배 중에 "1년 정도 지나면 적응이 되서 쭈욱 있고 싶어지는 곳!"이기도 하고,
"정말 단순하게 살면 되는 곳!"이기도 하고, 등등 긍정적인 정보!도 많이 입수한 것 같다.
먼저 다녀온 형아는 "죽지만 말고 돌아 오라!"는 경상도식 情이 담뿍 담긴 멘트를 날렸다.
그도 그럴것이 큰 아이때는 입대해서 완전 초병일 때 바로 곁에서 사고가 났었다.
근무 들어가는 선임 일병이 "군 생활 재밌냐?"라고 물었고,
군기 바짝 든 이병인지라,,"네!"라고 씩씩하게 답했더니,
"군생활 잘해라!"라는 情이 담긴 말을 남기고 같이 근무 들어갔는데.
한시간도 지나지 않아 초소 안에서 총소리가 났다고 한다.
제일 먼저 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저하고 나눈 대화가 마지막 말이었고, 마지막 모습이었다는 것,
그 느낌과 여운,, 총소리! 특히 선혈 낭자한 모습까지..
그 일로 다른 사병보다 관리대상 군인으로 심리상담 시간을 오래 가지는 등,
다른 사병보다 조금 나은 환경의 수혜를 받기도 했었다.
그 다음에도 한 번 더 주변에서 그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큰아이 말처럼 '살아서 나가야 잘 다녀오는 것'이라는 인사법도 그 답다고 하겠다.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되겠지만 그 과정이 녹록지 않으니
젊은 청춘들에겐 얼마나 힘든 여정일지.
작은 아이에게 어떤 위로가 필요한지
어미지만 잘 모르는 채 그냥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뭘해도 재미가 없는' 녀석의 무기력을 어쩌면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