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허수아비

구름뜰 2011. 8. 9. 09:35

 

 

 

허수아비1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외로우냐고 묻지 마라.
어떤 풍경도 사랑이 되지 못하는 빈 들판
낡고 해진 추억만으로 한 세월 견뎌왔느니
혼자 서 있는 허수아비에게
누구를 기다리느냐고도 묻지 마라.
일체의 위로도 건네지 마라.
세상에 태어나
한 사람을 마음속에 섬기는 일은
어차피 고독한 수행이거니.

허수아비는
혼자라서 외로운 게 아니고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외롭다.
사랑하는 그만큼 외롭다.

 

 

 

 

 

허수아비 2

 

살아가다 보면

사랑한다는 말만으로

부족한것이 또한 사랑이었다.

 

그에게 한걸음도 다가갈수 없었던 허수아비는

매번오라하기도 미안했던 허수아비는

차마 그를 붙잡아둘수 없었다.

 

그래서 허수아비는 한 곳만 본다.

밤이 깊어도 눈을 감지 못한다. . . . .

 

 

허수아비,3

 

밤만되면

허수아비는 운다.

늙고 초라한 몸보다도

자신의 존재가 서러워 한없이 운다.

한낮엔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서 있지만

밤만 되면 허수아비는 목이 메인다.

속절없이 무너져 한없이 운다.

-이 정 하 -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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