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

한가하다고 행복할까

구름뜰 2011. 8. 10. 09:20

  

 

한 수필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글을 썼습니다.
두 가지 일을 하다 보니 항상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시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그는 월급쟁이 생활을 청산하게 되었습니다.
정년 퇴직일이 된 것입니다.
마지막 출근을 하는 날,
수필가는 들떠있었습니다.

"선생님의 명예로운 퇴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제 선생님께서는 밤에만 쓰시던 작품을
낮에도 쓰시게 되었으니 작품이 더욱 빛나겠군요."
동료들이 축해해 주었습니다.

그의 마음도 기대에 들떴습니다.
구속받던 시간은 없어지고,
하고 싶은 글쓰기에만 몰두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 후, 수필가 찰스 램이
옛 동료에게 보낸 편지 내용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하는 일 없이 한가하다는 것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것보다
훨씬 괴롭소!
할 일 없이 빈둥대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를 학대하는 마음이 생긴다오.
나의 이 말을 부디 가슴에 새겨
부디 바쁘고 보람 있는 나날을 보내기 바라오.
찰스 램으로부터"

- 김기석 (새벽편지 가족) -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할 때는 오르지 않던 능률이

마감 직전, 초긴장상태가 되면 제법 잘 되는 것이 글쓰기다.

교정 보는 일도 집중력이 최고조로 다다를 때가 역시 마감 직전이다.

시간을 남겨두고 미리미리 준비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그리 안되는 것이 또한 깜냥인지 한계다. ㅎㅎ

어느 때는 발등에 불떨어지면 절로 될것이라며 미뤄두는 배짱까지 생기니, 원.

 

내일하겠다고 미룬일은 내일 또 다른 일로 미룰 확률이  높다.

정말 미루고 싶지 않은데 미루는 일들 빼고는 ㅎㅎ

 

어제 오늘 빗속에 갖힌 듯 구미는 비다.

나뭇잎에 내리는 빗소리는

숲의 맛있는 식사 시간같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수다떨며 먹는 행복한 밥상처럼

숲의 수다를 곁들인 차한잔이 맛있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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