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눈 온 아침

구름뜰 2011. 8. 25. 09:42

 

 

 

잘 잤느냐고

오늘 따라 눈발이 차다고

이 겨울을 어찌 나려느냐고

내년에도 또

꽃을 피울거냐고

 

늙은 나무들은 늙은 나무들끼리

버려진 사람들은 버려진 사람들끼리

기침을 하면서 눈을 털면서

- 신경림

 

늙은 나무들끼리

버려진 사람들끼리

 

시인의 눈은 낮은 곳에 이른다.

세상사람들이 관심두지 않은 것들에

오래 오래 머물 줄 안다.

 

'잘 잤느냐'는

물음이

눈오는 날

'눈발이 차다'는

얘기가

어찌이리도 나직하니 아름다운 영상으로 그려지는 지.

정감어린 정서를 담아낼 수 있는지

옹이뿐인 늙은 나무 보게된다면

이 시인의 이런 마음

이젠 내게도 머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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