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떻게 했길래, 네가 성폭행범이 되었을까" 프란츠 카프카
처음 이 문장을 보았을때.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었다.
'내가 어떻게 했길래 '라는 문장 때문에 나와 관련한 주변 사람이
성폭행범이 되었다는 말인줄 알았다. 내 깜냥대로의 해석이었다.
'프란츠 카프카'의 문장이라는 걸 알고는. 이 세상 어떤것도
나와 상관없는 것은 없으며 내가 영향을 받거나 미치고 있음을
우리의 인식을 세상을 향해 얼마만큼 열어 놓을 수 있는지 정신영역의 광대무변함,
인류애라고 거창하게 말하지 않더라도 이 문장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운명공동체적인 카프카의 인식이 보이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케 하는 글이었다.
"책임져요. 선생님!" 그저께 나는 이런 말을 들었다.
대상에 따라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주는, 만약에 이 말을 학생이 했고, 제3자가 들었다면,
대체 무슨짓을 했길래, 무슨 짓을 한 것임에 틀림없다!! 고 생각되는 말이다.
이 말을 들을 만큼 무슨 짓을 한 것 같긴 하다!
약간의 스킨십이 있었다. 지난 삼월에 처음 만났고 만날때마다는 아니었지만,
손잡고 싶을 때는 서스럼 없이 물어보지도 않고 잡았다..
함께 공부하는 중이라 일주일에 한번은 만났고, 만나러 가는 날은 언제나 마음이 설렜고,
함께하는 시간에는 다른 사람들 몰래 유독 눈길 자주 갔다.
눈 간것 처럼 마음 갔고, 지금도 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것 같다.
사람은 상대적인데 그렇다면 그가 내게 한 짓은 없는가?
그는 만날때마다 나를 놀라게 했다. 내가 몰랐던 부분들 짐작도 못했던 자료들을 챙겨주었고,
그것이 우리가 함께 있지 않은 시간에도 그가 나를 위해서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섬세하고 열정적이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케 해 주었다.
만남에서는 언제나 담담하고 차분해서 말과 침묵의 경계를 잘 드나들며 삭힐 줄도 알았다.
나보다 연하임에도 더 성숙했고 그래선지 자주 내 속내까지 읽는 듯 했다.
지난 어느 여름밤엔, "달이 밝아서..."라며 불쑥 내집 앞으로 찾아왔고,
이번 가을에는 두어 번 "햇볕 좀 같이 쬐고 싶다" 고 해서 가을 햇살과 데이트도 했다.
담백하고 담담한 편이며 진중했지만 여린 속이 살풋살풋 보이기도 했다..
베르그 손은 한사람이 한사람의 고유한 파동을 포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직관'밖에 없다고 했다. '직관'은 그 대상 속으로 들어가서
그 대상만이 가지고 있는 내부적인 것과 합일하는 정신의 공감이라고.
그러니 이러이러하다는 얘기는 결국 직관의 변명인지 모른다.
현대인식론(현대 철학)에서 베르그손은 합리주의(근대 이성중심)에서 소홀히 다뤄왔던
충동이나 의지, 본능, 생이 중요하다는 생철학을 강조했다.
즉 비이성적인 것(충동이나 의지 등)이 이성보다 훤씬 더 근원적인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의식이나 생각'은 그 어떤것에도 지배받지 않고
'정신의 독자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물질세계와는 달리 '순수지속'으로 자유롭다는 것이다.
'순수지속'이란 의식에서 일어나는 건 사라지는게 없으며
정신세계에 기초하여 새로운 차원을 경험하고, 그것을 의식하고 해석하면서
정신이 새롭게 창조된다는 것이다.
하여 삶의 약동(맥박)은 누구나 있으며 '직관'으로 알수 있다는 것이다.
직관이란 그 사람에 대해서 그냥 알아버리는 것, 즉 비합리적인 마음이다.
연애할때 감정처럼, 일종의 사랑 능력으로 사랑해야 직관이 가능하다는 얘기 같다.
카프카의 인식은 인류애에서 가능한 것처럼, '내가 어떻게 했길래' 는
한 사람을 책임지는 일이 결국 전체를 책이지는 일과 일맥상통으로 귀결된다는 얘기도 된다.
"책임져요"라는 고백을 받아 볼 줄이야,
어느날 시가 내게로 온 것 처럼, 시 공부를 하면서 달라진 내 주변이 좋다..
'책임져'가 동성일 때 더 아름답다는걸 경험해보게 될 줄이야.
지순한 마음이 순정한 마음이 이쁘다. 그 마음 덥석 받았건만, 나는 그저 웃기만 했다.
어떻게 책임져야 할까.
아무래도 만나면,
나도 책임져 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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