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물길의 소리

구름뜰 2012. 2. 12. 09:59

 

 

 

그는 물소리는 물이 내는 소리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렇군, 물소리는 물이 돌에 부딪히는 소리. 바위를 넘어가는 소리, 물이 바람에 항거하는 소리 물이 바삐 바삐 은빛 달을 앉히는 소리, 물이 은빛 별의 허리를 쓰다듬는 소리, 물이 소나무의 뿌리를 매만지는 소리....... 물이 햇살을 햝는 소리, 햝아대며 반짝이는 소리, 물이 길을 찾아가는 소리......

 

가만히 눈을 감고  귀메 손을 대고 있으면 들린다. 물끼리 몸을 비비는 소리가 물끼리 가슴을 흔들며 비비는 소리가. 몸이 젖는 것도 모르고 뛰어오르는 물고기의 비늘 비비는 소리가.....

 

심장에서 심장으로 길을 이루어 흐느는 소리가 , 물길의 소리가.

-강은교

 

 

마주침 혹은 우발성.

 

마주침, 이 우연한 일은

우발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독립적인 계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변화,

예를 들어, 어느날 한 남자가 낯선 도시 낯선 장소에 들르게 되고

그 도시 그 장소가 익숙한 일상이었던 한 여자와

마주침을 가지게 되는 것, 말입니다.

 

물이

돌을 스치듯

나무의 뿌리를 매만지듯 

닿는 일이 생기는 것이죠.

 

우발적 마주침이 그 접촉이

객체 이전과는 다른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는,,

마주침의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는 거지요.

 

달을 가라앉히는,

별의 은빛을 쓰다듬는.

너에게서 나는 소리와 나의 소리는 

마주침의 소리가 되며

나에게서 나는 소리가

나만의 소리가 아닌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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