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는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는 친구가
우리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은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애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은 친구가 .......
사람이 자기아내나 남편, 형제나 제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은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은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친구와 인생을 소중히 여길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듯이 잘 생길 필요도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았는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쳐 주고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으면 된다
-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전편부 중에서
유안진님의 80년대 시로, 여고시절 즐겨 읽던 시다.
고맙게도 내겐 이런 친구들이 있다..
나이들고 달라진 것들 중에는
친구들끼리도 재밌게 지낼 줄 알게 된 것도 있다.작년에 한 아파트 살던 친구가 이사를 하면서 우리도 뒤따라 이사를 했다.
다른 동네 살던 친구도 우리처럼 역시 이사를 왔다.
덕분에 의기투합 뭉치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한 거리다.
오늘 저녁도 그런 날이었다.
남편들의 협조! 덕분에 아내들끼리 모여 즐거운 저녁시간을 가졌다.
건강식을 잘 챙기는 친구가 시래기와 톳을 넣은 밥 일명 '시래기밥'을 해서
압력밥솥채로 우리 집으로 들고 왔다.
집에서 맛보는 소풍같은 밥상이라니..
"내 주변에선 이상한 일들이 너무 자주 일어나!"
이 밥상을 마주하고 내가 한 말이다.
언제부턴가 이상한 일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봄동산에서 캔 나물로 만든 찬인데
약간 쌈싸롬한 씀바귀 무침이다.
고추장까지 챙겨온,
한 숟가락 들기도 전에 팝콘처럼 웃음이 터지고,,...
셋이서 한 솥 밥 다 먹고 한 함지나 되는 웃음 담아내고
별미는 사람이 별미고
취하는 것도 역시 사람이다.
"와인 한 잔 할까?"
"시래기 밥에 와인이라!"
차 마시다가
그렇게 또 꽃이 피고....
어울렸다
잘 어울렸다.
기쁨을 배로 늘여주고 슬픔은 반으로 줄여주는 이가 친구라고 했던가
놋그릇까지 챙겨온 정성
시래기밥에 와인과 함께한 어울림은
아마도 오래도록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