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or 여행 에세이

지산 샛강 나들이

구름뜰 2012. 7. 6. 10:47

 

비가  잠시라도 그쳐 주었으면 좋겠는데.

비 내리는,

비에 젖은 지산 샛강을 다녀 왔다.

어제도 갔었는데.. 비올때 한 번 더 와야지 했었는데 오늘이 비다.

 

 

 

 

연잎에 비 내리는 소리는 

상쾌한 젖음이다.

젖지만 젖지 않는 젖음이다..

연잎에 궁그는 물방울들은

어디에 놓이건 하나가 된다.

 

논길과 샛강 사잇길을 

논물 보러 오는 농부 한 사람도 없는 들길을 우산을 들고 걸었다.

비오는데 청승맞다고 나가지 말라던, 유년의 내 부모님 나이보다 더 먹은 나이인데도

뭐가 좋은지 음악처럼 비가 좋아진다..  

 

 

 

 

어릴적 비의 추억은 살부러진 우산만 있었던 것 같다.

살부러진 우산 부끄러워하는 맘도 모르고 무심한 하늘은 어찌 그리도 자주 비를 내리던지, 

장마철 지나고 새 우산을 준비했는지 아니면 새 우산 때문인지 기다려도 오지 않던 비,  

와도 빨리 그치던.

비 그치고 하릴없이 장화라도 신고 나서면, 

빗물 스르륵 스며든 차분한 길 뿐이고,

도랑가 풀섶에서 놀라 달아나던,

장화처럼 생뚱 맞은 연두빛깔 청개구리.

 

장화는 신었는데

누가 나처럼 장화를 신고 나와 주었으면 좋겠는데.

동무는 없고 도랑가만 어슬렁 거리던 비 온 뒤의 풍경..

 

살부러진 우산 없어서 일까.

비는 그때보다 지금이 더 좋은 것 같다.

 

 

 

 

 

 

 

 

 

 

 

 

 

 

 

 

 

 

 

 

 

 

 

 

 

 

 

 

 

 

 

 

거미줄에 막 걸린 것 같은 몸통보다 큰 날개에 꺽인 잠자리.

거미는 없고, 잠자리는 몸부림 친 만큼 옥죄인 것 같다. 

처형대에 올려진 죄수마냥, 그 직전의 모습 같았다. 

저러다 진이 다 빠지고 나면 거미는 한 번 더 저 먹잇감을 거미줄로 칭칭 말아서

고사시킨 뒤 일용할 양식으로 쓰리라.

거미줄에 건린 곤충은 살아날 가망이 거의 없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가던 길 그냥 갈까. 잠시 아주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어쩔건가 본 것을,  보고야 말았는데

본 것은 보지 않은 것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거미에겐 미안하지만 제때 맞춰 도착한 지원군이 되는수밖에

내 맘보다 손이 먼저 나간것 같기도 하다. 

 

 

 

 

 

거미라고 거미줄이 쉬웠을까.

줄이 이렇게 성한건 간밤 모두 잠든 시간에 야근을 한 건지도 모르는데. 

밤울 새운 열정, 그 결실이 잠자리 일지도 모르는데. 

그치만, 어쩔껀가.. 이미 봐 버린걸,

 

본드처럼 끈끈했다 내 손으로 옮겨 붙었으면 좋겠는데. 

처음 붙은 그 날개에서 끈끈이들은 떨어져 나올것 같지 않았다.

잘못했다간 날개가 찢어질 것 같았다. 

 

잠자리는 비행에 자신이 없는지 내 손에서  날아가지 않았다.

데크목 위에다 내려두고 왔는데, 

한참을 날개를 편채 앉아 있었다.

 

어제 그 잠자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지인은 어릴적 여름방학을 이곳에서 보냈다고 한다. 

더러는 연근을 캐서 가면 어른들에게 칭찬을 받았던 추억도 있다고 했다.

 

아직은 연꽃이 많지 않지만

7월 한 달 동안은 연꽃이 장관인 곳이다.

비오는 날, 또는 흐린날

구미사람들에게 강추하고 싶은 생태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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