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광해’로 사극에 처음 도전한 추창민 감독. 그는 “이병헌이 기대보다 연기를 잘해 .요즘 연기학원 다니냐’는 농담까지 했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조선의 15대 왕 광해군을 소재로 한 팩션사극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추창민 감독)의 흥행세가 무섭다.
3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25일 현재 3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추석 대목을 넘기면 600만을 넘을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추창민(46) 감독은 ‘마파도(2005)’ ‘사랑을 놓치다(2006)’ ‘그대를 사랑합니다(2011)’ 등에서 따뜻한 인간미와 유머를 구사했었다. 그는 첫 사극 ‘광해’에도 두 코드를 적절히 조합했다.
영화는 암살 위협에 시달리던 광해를 대신해 왕좌에 앉은 천민 하선(이병헌, 1인 2역)이 보름간 왕 노릇을 하는 얘기다. 하선은 허수아비에 그치지 않고, 현실정치에 개입하면서 묵중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는 “백성의 안위가 우선”이라며 정파 이익과 명분에만 집착하는 중신들과 대립한다.
26일 만난 추 감독은 “정치적 영향을 의식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연말 대선을 앞둔 요즘, 많은 관객들은 영화에서 통치자의 리더십 문제를 읽어낸다.
-정치적 지향점이 있는 영화라는 지적이 있다.
“전혀 아니다. 투자 배급사가 흥행을 위해 대선 전 개봉하자고 했을 뿐이다. 원래 시나리오는 하선이 조강지처인 중전(한효주)을 보호하고, 외세에 맞서다 쫓겨나는 내용이 더 비중 있게 그려졌다. 전직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것 같아 그런 부분을 많이 희석시켰다. 오락영화이기 때문이다. ‘지도자는 하선처럼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는 게 상식이다’라고 했더니 모 대선 후보가 연상된다는 댓글도 달리더라. 보편 타당한 리더십을 그렸을 뿐이다.”
- 그게 어떤 리더십인가.
“내시 조 내관(장광)이 하선에게 ‘사람을 사랑하면 임금이 못 됩니다’라고 충고하는 대사가 있다. 편집 과정에서 삭제됐지만 그게 주제와 맞닿아있다. 하선처럼 약자만 동정한다고 좋은 왕이 되는 건 아니다. 욕을 먹더라도 정치적 선택을 해야할 때도 있다. 중요한 건 백성을 아끼는 마음, 인본주의가 바탕이 돼야 한다. 휴머니티에 기반한 정치공학이 리더십의 요체가 아닐까. 광해와 하선의 합쳐진 모습이 그런 리더십에 가깝다.”
-왜 광해군을 택했나.
“광해군의 인생은 드라마틱하고,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드라마로 만들기에 좋다. 광해군을 재조명하는 영화는 아니다. 그런 영화라면 사학계로부터 돌을 맞을 부분이 있다. 교훈적 얘기를 하고 싶어 광해를 끌어왔을 뿐이다.”
-광대 하선이 하룻밤 사이에 정치가의 식견을 갖추는 건 비약 아닌가.
“생략되고 허술한 부분이 있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따뜻한 인간미를 갖춘 하선이 ‘가진 자가 더 내는 게 뭐가 문제요’(대동법) ‘내 나라 내 백성이 더 소중하지 않은가’(명 원군 파병)라고 외칠 때 관객이 통쾌함과 대리만족을 느낄 거라 생각했다. 좋은 정치는 결국 상식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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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궁궐에서 궁녀들이 광해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단장해주는 첫 장면이 인상적이다.
“왕비가 아닌, 왕의 단장 장면은 사극영화 최초다. 건축과 실내장식을 웅장하고 화려하게 표현했다. 궁궐에서 고립된 왕, 광해의 고독과 비애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광해와 하선의 외견상 차이는 단 하나다. 광해에겐 다크 서클이 깊게 드리워있다.”
-1인 2역의 이병헌, 허균 역의 류승룡의 연기가 빛났다.
오늘(9월 27일)자 중앙일보 기사다.
그제 이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를 관람했다. 팩션(사실에다 픽션(상상력)가미 )소재로 적합한 왕의 이야기인데다 스토리도 영화적 요소와 잘 매치되는 영화였다.
첫 장면에서 왕의 단장 모습이 클로즈업 되는데 화면처리가 좋았다. 외국인들이 본다면 조선 왕실문화의 단면으로 강한 인상으로 남게 되지 않을까 싶다. .
이병헌의 진중(왕)하면서도 능청(하선)스런 2역을 넘나드는 연기가 압권이고, 그에 호흡을 잘 맞추 극중 멘토 도승지(허균) 류승룡도 반짝반짝 빛난다.
유머를 끌고가면서 눈물샘 자극하는 곳이 몇군데나 있어서 극적 요소도 잘 갖췄다.
"너희들에겐 가짜였을지 모르지만 내겐 진짜였다"
호위무사인 도부장이 도망가는 하선의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무사들을 막아선다, 가짜는 어디로 갔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사람을 얻는 다는 건, 그가 어떤 사람인가보다, 그가 내게 어떤 사람이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 강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