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첫 구절에 무엇이 들었는지 우리는 모른다. 무심코 지나가는 말이거나 심심풀이로 해본 말, 우리가 말하기 전에 말은 제 빛깔과 소리를 지니고 있어싿. 시의 둘째 구절은 무염수태 교미도 없이 첫 구절에서 나왔지만 빛깔과 소리는 전혀 다른 것. 시의 셋째 구절은 근친상간. 첫 구절과 둘째 구절 사이에 태어났으니, 아들이면서 손자. 딸이면서 손녀. 눈 먼 외디푸스를 끌고 가는 효녀 안티고네. 말들이 혼례가 끝나는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도. 우리는 정말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이성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