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무슨 말인가 더 드릴 말이 있어요

구름뜰 2012. 12. 21. 11:56

 

 

오늘 아침부터 눈이 내려
당신이 더 보고 싶은 날입니다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면
당신이 그리워지고
보고 싶은 마음은 자꾸 눈처럼 불어납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눈송이들은
빈 나뭇가지에 가만히 얹히고
돌멩이 위에 살며시 가 앉고
땅에도 가만가만 가서 내립니다
나도 그렇게 당신에게 가 닿고 싶어요

 

아침부터 눈이 와
내리는 눈송이들을 따라가보며
당신이 더 그리운 날
그리움처럼 가만가만 쌓이는
눈송이들을 보며
뭔가, 무슨 말인가 더 정다운 말을
드리고 싶은데
자꾸 불어나는 눈 때문에
그 말이 자꾸 막힙니다

-김용택

 

 

 

 

눈 내리는 아침입니다.

용택 시인은 '말 막히라'고 눈이 내린다 하고,

백석은 '나타샤가 자기를 사랑해'서 눈이 내린다고 했지요.

하던 말 멈추고, 하던 일 멈추고 내리는 눈을 봅니다.

 

눈은 땅에 닿는 그 순간으로 끝일까요.

저 춤사위는 겨울 나목의 갈증과 대지의 기다림,

내년 봄 새순의 그리움까지 알고 내리는 것이겠지요. 

 

못다한 이야기가  기약 일 수 있듯이

해야 일을 남겨두는 것도

눈 내리는 풍경에서 배웁니다.

어제와 오늘은 이어져 있고

우리는 오늘을 살며 내일을 준비하지요.

싸락눈이 함박눈으로 변하고,

그리움들이 더 크게 내립니다.

 

평소엔 보이지 않던 산길이 선명해지듯이

나는,

눈 속에서 선명해지는

눈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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