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리필

구름뜰 2012. 12. 26. 09:00

 

 

 

나는 나의 생을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두루마리 휴지처럼 풀어쓰고 버린다

우주는 그걸 다시 리필해서 보내는데

그래서 해마다 봄은 새봄이고]

늘 새것같은 사랑을 하고

죽음마저 아직 첫물이니

나는 나의 생을 부지런히 풀어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상국

 

 

 

 

 

리필된 아침입니다.

아름다운 리필이지요.

이렇게 흠결없이 리필된 하루,

내가 실존케하는

모든 이에게 감사할 일이지요

 

그런말 있지요

오늘 하루는 어제 죽어간 누군가가

그렇게 살고 싶어한 하루였다는...

 

 인간은 물질적으로 보면 뼈와 살로 이루어진

유한하고 보잘것 없는 존재지만

 정서와 상상력과 사유와 영혼이 있어서

유한하지 않은 무언가를

남길수 있고 이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인류의 위대함은 정신에서 나왔고,

그렇지만 살아있어야 가능한 것이니

오늘 아침 호흡하는 사람은

다 행복한 사람임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가치있는 것.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한 번 씩 더듬으며 사유하는 삶,

훤씬 더 의미있는 삶을 살게 되구요.

좋은 아침입니다

 

 

 

 

 

 

 

기러기 가족/이상국

 

-아버지 종지호에 좀 쉬었다 가요

-시베리아는 멀다

-아버지 우리는 왜 이렇게 날아야 해요

-그런 소리 말아라 저 밑에는 날개도 없는 것들이 많단다.

 

* 겨울 한반도에서 난 기러기 부자가 동해안 상공을 날고 있다

시인이 나중에 덧붙인 글에 따르면, 기러기 부자의 대화는 더 이어진다

시베리아 항로가 처음일 어린 아들 기러기가 묻는다

 " 아버지. 그럼 우리에게 날개란 무엇입니까?"

그러자 아버지 기러기 왈,

 " 그걸 알면 내가 왜 하늘을 날겠느냐."

하늘을 날건, 땅 위를 기건 물속을 헤엄치건, 우리는 모두다, 왜 날고 기고 헤엄치는지

아들아 그러나 일단 날아올랐다면, 날갯짓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유는 단 하나 날갯짓을 멈추는 순간 추락하기 때문이다. 아들아 시베리아는 멀다.

-이문재

 

 

 

 

 

 

이 상국 시인의 기러기 가족이란 시는

시집에는 앞 부분만 실렸는데

이문재 시인이 쓴 뒷얘기도 

 의미심장합니다.

 

왜 나는지 모르고 날고 있습니다.

 

날개가 있어서

날 수 있으니까.

그러면서

 날개도 없는 저 밑을 비웃기도 하지요.

날개있는 자 날고

날개 없는 자 걷고

 그러면 될 것도 같지만

날개가 있고

없고 보다

어쩌면 내가 왜 날고 있는지

내가 왜 걷고 있는지 아는게

먼저 아닐까요.

 

이 시와 대비되는 시 한 수 더 올립니다.

 

 

 

 

 

새해 첫 기적/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기어서

굼뱅이는 굴렀는데

한 날 한 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앉은 채로 도착해 있는 바위도 있는 걸요.

.............,

다만 존재하므로 귀한 것.

 아름운 것 입니다.

당신이나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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