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이든 밭두렁이든 쪼그리고 앉아서 땅에서 난 것들에게 열중하는
이 작업은 무언지 모르게 기분이 좋다.
잡념없이 열중할 수 있는 일,
그것이 땅과 함께하는 일일때 어느 시인은 저절로 선해진다고 했다.
민들레 김치를 몇 해 전 청도 소싸움 축제에 갔다가 먹어본 적이 있다.
꽃채로 담근 것을 한 입 먹어본 뒤, 그 맛이 인상적이란 생각은 했지만
직접 캐서 담궈볼 생각은 못했다.
어제는 산책길에 혹여 하며 과도를 준배해 나선 길이었고,
눈에 띄자 마자 참을 수 없는 충동이 있었다.
털썩 무릅을 구부릴 밖에... ㅋㅋ
집에와 봉지를 여는데 나물 캐던 흥겨운 시간들이 나물과 함께 묻어나왔다.
황진이가 동짓달 기나긴 밤 한 허리를 베어내어 잘 보관해 두었다가
님 오신 밤, 춘풍 이불아래 구비구비 펴리라'고 했던 것처럼,
흥겨움도 잘 채워 두었다가 외로울 때 꺼내 볼 수 있다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억이 그런 일을 하고 있지만, 이렇게 실체를 실감하는 일은 더 좋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 시간에 함께 먹었거나 나눈 것은 더 잘 기억에 남는다.
아무거나 추억이 되지는 않은 것처럼 말이다.
민들레 김치 레시피 올려봅니다.
민들레는 잘 다듬어서 소금을 살짝 뿌려둡니다.
어젯밤 늦은 시간에 뿌려둔지라 아침에 씻어서 채반에 건졌다.
뿌리맛이 훤씬 더 썼고 잎도 제법 쌉싸름 했다.
이것을 어쩔까 고들빼기 김치려니 하고 먹을까 하다가
작년에 얼려둔 홍시를 두개 꺼냈다.
쓴맛을 상쇄시켜 볼까하여...
김치 기본양념에서 찹쌀풀과 고춧가루는 적은 듯이 넣고 감을 넉넉히 넣었다.
그리고 매실청도 약간.
쓴 편인데 양념을 달게 했더니 쌉싸롬하다.
혀에서 느껴지는 첫 맛은 쓴맛이 적고 씹을 수록 쓴맛이 우러났다.
그리고 삼키고 나면 끝맛은 쓴맛에서 나는 단향 같은 잔향이 남아서 좋았다
밥 한 그릇 뚝딱하기 좋겠고, 입맛 살리는 데 그만일 것 같다.
한 이십 분 캤는데 제법캤다.
언제 시간내서 작정하고 한 번 나가 봐야 겠다.
대표적으로 위장에도 좋고 어디어디 몸에 좋아 약초인 셈이라는데....
일편담심 변치않는 마음을 나타낸 조용필이 부른 '일편단심 민들레'란 노래도 있다.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 '강아지 똥'에서는 강아지 똥이 자기의 쓸모 없음을 비관할때
민들레가 너로 인해 내가 꽃이 피고 자랄 수 있노라며 위로하는 대목도 있다.
내 그림 스승은 민들레 꽃만 좋아해서 한때 민들레 화가라는 별칭!도 얻었다.
나는 유독 홀씨이 비상이 좋아서 한 때는 손에 익도록 붓으로 밤새워 그린적이 있는데
그려서 날려보낸 홀씨만도 수천 개나 된다. .ㅎㅎ
이제 민들레 홀씨는 내 손에 익어서 크레파스나 붓으로도 잘 그릴 수 있는
유일한 그림이 홀씨의 비상 그림이다.
ㅋㅋ 각설하고,이른 봄 대지를 뚫고 올라오는 여린 새순들을 보면,
자연에 의지하고 살아가는 일에서 감사할 일은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땅에서 나서 땅으로 돌아가는 이런 순환을 느끼는 일
자연과 단절되지 않고 동화된 느낌이 드는 일 같습니다
나물캐는 일도 그런 일이라면 이기적인 생각일까요.
씨뿌리지 않고도 저를 위해 한 것 아무것도 없이
봄 왔다고 나가면 거두어 들일 것 있도록 해 주는 자연,
우리가 해야 될 일은 자연에 동화만이 순행하며 사는 일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