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행복

화전 & 화전놀이

구름뜰 2013. 4. 20. 22:03

화전은 처음 만들어 봤다.

화전놀이에 관한 고사를 먼저 접한 터라서 화전에 더한 생각은 '덴동어미 화전가'이다.

 

조선은 내외법이 분명했다. 아녀자들은 문밖 출입이 자유롭지 않았고

그래서 반가의 규수들은 널뛰기 같은 놀이를 통해서 담장밖을 내다 볼 정도로

남녀가 유별한 세상을 살았다.

하지만 그 시절에도 단 하루 여성의 날이 있었으니 '화전놀이' 가는 날 이었다.

이날은 모든 여성들이 꽃놀이를 가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시도 짓고 노래도 부르며 놀았다고 한다.

화전놀이에 거는 기대와 유흥, 여성들의 기다림과 준비는 만만찮았을 것으로 전해져 온다.

 

 

 

 

규방(내방)가사는 산문형식의 긴 노래라고 보면된다.

일종의 타령조처럼 리듬이 살아있고 누구나 따라 부르기 좋은 노래다.

 

가세 가세, 화전을 가세 꽃지기 전에 화전 가세

동군이 초덕택하니 춘화일난 때가 맞고

화신풍이 화공되어 만화방창 단청 되네

이런 때를 잃지 말고 화전놀음 하여보세

 

 

 

 

 

불출문회 하다가 소풍도 하려니오

우리 비록 여자라도 흥체있게 놀아보세

어떤 부인은 맘이 커서 가로(쌀가루)한 말 퍼내놓고

어떤 부인은 맘이 적어 가로 반 되 떠내주고

그렁저렁 주어 모니 가로가 닷 말 가웃이네

어떤 부인은 참기름 내고 어떤 부인은 들기름 내고

어떤 부인은 많이 내고 어떤 부인은 적게 내니

그렁저렁 주워모니 기름 반 동이 실하고나.

 

소풍에 쓰일 음식을 갹출하는 모습이다.

화전을 붙이기 위한 쌀가루와 기름이야기도 나온다.

 

 

 

 

 

화전놀이에는 나왔으나 열네살에 시집 와 열입곱에 청상과부가 된 여인이 

슬퍼하며 돌아가려 하자  어린 청상을 달래주며 부른 노래가 '덴동어미 화전가' 다

그 젊은 청상에게 자신의 살아온 날들을 털어놓는다는 얘기다. 

 

 

 

 

 

팔자 한탄 없을까마는 가단 말이 웬 말이오

잘 만나도 내 팔자요, 못 만나도 내 팔자지

백년해로도 내 팔자요. 십칠 세 청상도 내 팔자요

팔자가 좋을 양이면 십칠 세에 청상 될까

신명도망 못할지라 이내 말을 들어보소.

 

그리고는 자신이 결혼을 네번이나 했으며. 네 명의 남편이 죽은 사연을 털어놓는다.

병으로, 사고로, 그렇지만 그 때마다 다시 일어났으며 이렇게 살고 있다는 달관의 경지를 보여준다.

'덴동어미'의 뜻은 '불에 덴(화상)아이의 어미'라는 뜻으로 네번째 남편이 사고로 죽고

아들은 화상을 입어 힘든지경이지만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시대 규방가사나 여러 작품군들은 대체로 '작자미상'이다

반가의 여성 즉 식자층이 지었을 것이라 짐작만 할 뿐

신분 노출을 꺼릴만한 파격적인 내용들이 많았으므로 구전으로 전해지고 전해지다

뺄것은 빼고 더할 것은 더한 것들이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시대상황의 모순을 짚거나 시절은 그런 시절을 살고 있지 않더라도

이상적인 상을 제시하는 것들이 많았으리라는 짐작도 할 수 있다. 

그러니 여성들은 그런 가사를 더 즐겨 듣고 애창하지 않았을까.

화전놀이 가는 날은 여성 해방의 날 같은, 그런 기분을 만끽 하지 않았을까. 

 

문학의 기능, 문학은 현실보다 '있었으면 좋겠는 세계' 노래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자신의 삶을 열일곱 과부를 위해 털어놓고 위로 하는 덴동어미 화전가는

조선시대 규방가사 중 뛰어난 작품군에 속한다고 한다 

 

 

 

덴동어미 화전가 일부..

 

내 팔자가 사는 대로 내 고생이 닫는 대로

좋은 일도 그뿐이오. 그른 일도 그 뿐이라

춘삼월 호시절에 화전놀음 와서들랑

꽃빛을랑 곱게 보고 새소리는 좋게 듣고

밝은 달은 예사 보며 맑은 바람 시원하다

좋은 동무 좋은 놀음에 서로 웃고 놀아 보소

사람 눈이 이상하여 제대로 보면 관계찮고

고운 꽃도 새겨보면 눈이 캄캄 안 보이고

귀도 또한 별일이지, 그대로 들으면 괜찮은 걸,

새소리도 고쳐듣고 슬픈 마음 절로 나네

마음 심자가 제일이라 단단하게 맘 잡으면

꽃은 절로 피는 거요, 새는 예사 우는 거요.

달은 매양 밝은 거요. 바람은 일상 부는거라.

마음만 예사 태평하면 예사로 보고 예사로 듣지

보고 듣고 예사하면 고생될 일 별로 없소.

 

 

 

 

 

"보고 듣고 예사하면 고생될 일 별로 없소!"

 

마지막 '예사!!' 란 단어가 좋다. '예사'란 '보통 있는 일'을 이른다.

그 시절 여성들이 수도 없이 불렀을 노랫말 '예사'에서 

덴동어미의 지혜와 그 시대 여성들의 바램을 보게 된다.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예사'하고 싶은 일 어디 한두가지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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