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 틈에 나무가 자라고 있다
풀꽃도 피어 있다
틈이 생명줄이다
틈이 생명을 낳고 생명을 기른다
틈이 생긴 구석
사람들은 그것을 보이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에게 팔을 벌리는 것
언제든 안을 준비가 돼 있다고
자기 가슴 한쪽을 비워놓는 것
틈은 아름다운 허점.
틈을 가진 사람만이 사랑을 낳고 사랑을 기른다
꽃이 피는 곳
빈곳이 걸어 나온다
상처의 자리. 상처에 살이 차오른 자리.
헤아일 수 없는 쓸쓸함
오래 응시하던 눈빛이 자라던 곳
-배한봉
"실수좀 하면서 살아? 언니는 실수를 안해서 탈이야!"
완벽주의도 아니면서 실수를 잘 안하는 내가 못마땅한지 동생이 가끔 내게 던지는 말이다. 동생 눈에 언니는 재미없는 사람, 인간미라고는 없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나 싶다. 누구나 자기 성향에 맞게 살고 있겠지만 내 성향이 주변사람을 편하게 한다면 더 현명할 것이란 생각은 든다.
내 헛점이나 빈틈 실수를 '보이지 않으려 안간힘' 쓰는 그것을 보였을 때 정작 그것은 누군가를 안을 준비과정 인줄을 왜 몰랐을까.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했다. 상처나 아픔을 나눈 경우가 훨씬 더 친해진다는 얘기다. 빈틈 많은 사람이고 싶진 않지만 가끔은 틈을 보일줄 아는 이가 훨씬, 매우 인간적이란걸 알게된다.
다른이가 내게 인간적이길 바라면서 스스로는 인간적이지 못한 면 많았다. 틈있는! 틈 보일줄 아는 것도 여유다.. 여유는 차 한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없으면 만들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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