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해거름에 수확한 보리수 열매다. 유월, 시나브로 효소의 계절이라고 할 만큼 발효음료에 대한 관심이 많아질 때다. 최근에는 열매는 물론 우리 산야에 나는 풀(약초)까지 가리지 않고 효소화하는 추세다. 매실만 담궈 양념으로나 청량음료로 먹어온 지는 십여년 되었는데 해마다 유월이면 한 품목씩 늘어가기도 하는 것 같다.
유월이면 보리수가 탐스럽게 익어가는 집이 있다. 집을 지을 때 정원수로 심은 것인데 해마다 열매가 얼마나 충실하게 열리는지. 십여그루가 넘으니 해가 갈수록 따러 오라고 여기저기 연락을 할 정도다. 묘목으로 사 오고 심을때 부터 봐온 것이라 더 정이가는 나무다.
어젯밤에 씻어서 건져 두었다가 오전에 담았다. 항아리에 보리수를 넣고 설탕을 넣으면 빈 공간으로 켜켜히 설탕이 스며든다. 설탕을 동량으로 섞었다.
이 모양은 볼 때마다 사리같다.
불가에서 화장하고 나면 나오는 그 사리.
보리수 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닮았다고 하면 심한 비약일까.
인도의 보리수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조건이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다.
어쨌거나 우리 땅에서 잘 자라고 열매 잘 맺는 보리수 나무 열매가 진신사리를 닮은 것은 아이러니다.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제 작년에 담은 보리수청이다. 열매색 만큼 곱진 않다.
반대로 뒤에 것은 야생에서 나는 돌복숭아다.
빨간 열매와 초록의 열매가 이렇게 다른 빛으로 자신의 정수를 뽑아낸 것이다.
열매의 색은 꽃색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이른 봄에 나무가지를 꺽으면 그 나무 꽃색이 묻어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염색하시는 분들이 염료를 뽑아낼때 나뭇가지나 나뭇잎을 넣어서 함게 끓이는 과정을 본 적이 있다.
복숭아 음료다
원액과 냉수를 1대 3 정도로 섞고 얼음하나 띄우면 무난하다.
보리수 따가라고 연락해주는 친구덕분에 매년 이런 수확의 기쁨을 맛 본다.
어제는 이웃사촌까지 함게 갔는데 내년에도 오라고 기약해주는 마음까지 더해서 고마웠다.
아파트에 살면서도 친구를 잘 둔 덕에 해 마다 유월이면 보리수 열매 수확의 기쁨을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