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게장을 처음 담궜던 일이 어제일처럼 떠오른다.
한 15년 쯤 되었을까.
강구가 고향인 큰형님이 고향엘 다녀오시다 싱싱한 방게를 제법 많이 사들고 오신적이 있다.
게장물을 끓이고 게를 씻으며 시범보이듯 담아주셨는데.
엄마와 동갑인 형님이 엄마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게장이 맛들어 가는 것을 기다리는 맛이란,
게장 통에서 거품이 뽀글뽀글 내 기대감처럼 올라가는 걸
나는 흐뭇한 눈길만 보내며 기다렸다.
이틀째부터 냄새가 났고 사흘쯤 되었을까.
뚜껑을 열어보지 않을수가 없었다.
부패한 해산물 냄새란 어찌나 고약하던지
담았던 통까지 버릴 수 밖에 없었다.
'배워야지' 하는 생각뿐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형님하는 것을 보기만 했다.
보기만 했던 내 과실도 그 부패에 일조했음을 나는 냄새를 맡으면서야 깨우쳤다.
그때 형님의 가장 큰 실수는 게장 국물이 완전히 식기전에 부으신 거였다.
해산물에 뜨거움이란 곧 부패인데 그 생각을 왜 못하셨는지.
'자주 하는 일이 아니고 또 장아찌류가 뜨거울때 붓는 것'과 혼돈하신게 아닌가 싶다.
각설하고, 간장게장 레시피 올립니다.
마늘,생강, 홍고추, 청량고추 풋고추, 대파, 양라, 사과 등을 넣고 한소끔 끓이다가 끓고나면 중불에서 한 십여분 더 끓이면 된다. 간장과 물로 간을 맞추고 설탕을 가미했고 식은 후에 매실즙도 넣었다.
푹 끓이고 나서 건더기를 체에 받치고 간장 양념국물이 완전히 식을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식을 동안 솔로 구석구석 씻어서 물기가 빠지도록 등을 위로 오도록하였다.
등에 상처가 제법크게 나 있는 게다.
살아서 꿈틀거리는 데 죽을 고비를 넘긴 상처같기도 하다.
미안하지만,
시절인연이 다해서 내게 왔으리라 생각하면
반가운 일인지도 모른다,
아래 위 자리를 바꿔가며 간이 골고루 배이도록 한다.
일요일날 담궜으니 오늘이 사흘째인데 아침상에 꺼내 봤다.
싱싱!!
홍고추, 청고추, 마늘을 게장에 담궈두었다 함게 먹는 맛도 괜찮다.
형님은 다음날 서울로 가셨고, 나중에 형님께는 잘먹었다고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유구무언이다.
내가 본 거품은 발효가 아니라 부패였는데
바닷가에서 자란 형님인지라 해산물 요리에는 무조건 대가!라고 생각한 무한신뢰가
내 의식을 가리고 말았던 것이다.
한 생각 돌이켜보지 않고 하는 일,
확신하고 하는 일일수록 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될수도 있다는 걸 제대로 경험한 경우다.
우리가 의지삼는 많은 일들이 정녕 의지 삼을 만한 일인지,
옳다고 생각하는 그 일이
해산물에서 거품이 올라와도 숙성이라고 지켜보는 일은 아닌지.
늘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