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붉어졌는데
내가 어찌 멀쩡하기를 바랄까!
초록으로 땡땡하던 감도 홍시가 되어 가는 계절,
나무도 붉어지는데
사람인들 오죽할까.
지리산 노고단 가는 길에 보게된 흔들다리.
뱀사골 가는 길목쯤이었을것이다.
차를 세운건 저 다리 한 번 타보자! 는 심사였는데.... ㅋㅋ
앞장 선 친구 말에 의하면 발을 딛자 바로 '그 목소리'가 나왔다고 했다.
우리가 올 줄 알았다는 듯,
지켜보다 호통치는 것같은 뒤에 있는 내게도 쩌렁쩌렁하게 들렸는데
강한 어조의 스님 목소리 같았다.
내용인즉 다리가 위험하니
'한 번에 3명 이상은 건너지 말라'는 거였다.
우리처럼 타보러 오는 이들이 많았을까.
퇴짜 맞은 무엇처럼, 놀라서 뒤로 움찔 물러났고 박장대소했다.
'경고방송'을 어긴다는 건 쉽지 않다.
친구들도 세 명 이상은 다리에 오르지 않았다.
특히 그곳이 초행길이면 상대가 나보다 잘 알거라는 신뢰가 깔려 있기 때문에
또 강한 어감이 주는 강한 느낌은 그럴 수 밖에 없도록 한다.
세월호에서 "가만 있으라!"는 멘트에 '가만 있지 않기'는
우리 학생들에겐 백프로 신뢰할 수 밖에 없는 멘트였던 것이다.
돌아보면 내 신뢰가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경우도 많다.
고정관념 같은 것들이 대체로 그렇다.
고착화된 것들은 이미 내 틀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살면서 이 나이쯤이면 고정관념을 되짚어 보는 게 더 잘사는 방법일 수 있다.
예전에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 생각인것들을 아볼 일이다.
살아보니 좋은 건 '유연함'이지 '고정불변'은 결코 아니다.
3명 씩만 타는 친구들.. ㅎㅎㅎ
돌다리 때문에 섰지만 단풍나무가 더 좋았던 곳이다.
세상 참 재밌다.
'이것이다' 싶지만 사실은 '이것 아니어서' 더 행운 같은 일 있다.
떠난 버스 생각지 말고
다음에 오는 버스가 내 버스려니 하고 여유롭게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노고단 휴계소 전망대다.
이렇게 버스로 여기까지 오르니 산행은 높이에 비해 힘들지 않았다.
휴게소 전망대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분이 이렇게 다양한 각도에서 정성스럽게 담아주었다.
두고 두고 고마운 마음이 될 것 같다.
남들 보기엔 그냥 아줌마들 무리겠지만
우린 한 마을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함게 보낸 인연이다.
모두 유년기적 모습을 가지고 있다.
말하자면 어릴적 얼굴 그대로다.ㅎㅎ
볕도 알맞았다.
노고단 오르는 길은 빠른길(계단길)과 편안한길로 나쥔 구간이 몇군데 있었다.
오를때는 빠른길로 내려올 때는 편안한 길을 택했다.
하산 길이 무릎에 부담이 전혀 없어서 역시 편안한 길 다웠다.
이러고 한 명도 빠짐없이 모였으니 원도 없다.
어찌 지내왔든 지금 우린 함께니 그것으로 족하다.
노고단 대피소에서도 빠른길과 편안한길이 나뉘어져 있다.
구름 사이사이로 봉우리가 보인다.
아름다운 바다 풍경 운해 같다.
하산길에 보게된 섬진강 풍경도 좋았다.
저 사진 뒤쪽으로 흐르는 물줄기가 섬진강이다.
지리산 첩첩산중이 어찌이리도 가지런하게 첩첩인지...
이 쯤에서 올려다본 노고단쪽도 장관이었다.
말로만 듣던 '지리산 노고단'
초행길이었다.
일곱색깔 무지개처럼 골고루 빛 고운 결을 가진 친구들!
나이가 주는 편안함을 새삼 느낀다.
우리가 십년전 쯤 만났다면 이렇게 여유로울 수 있었을까.
숫자는 늘었지만 숫자 덕분인지 나 부터도 편안한 지금이 좋다.
거창 옆동네 함양에 둥지를 튼 친구의 넉넉한 마음 덕분에 이 자리가 가능했다.
고향 굼뜰에 미리 와서 기다려준 친구,
바빴을 텐데도 하루 일을 접고 인천에서 달려온 사촌친구,
건강이 조심스러운데도 가장 지구력있게 달려와 준 서울친구,
멀미가 심한데도 근무시간 조절해서 부산에서 온 친구,
거창 고향을 지키고! 있어서 예나 지금이나 든든한 친구까지.
내 정서 중에 고향에 대한 정서가 아직도 곱게 남아 있다면 이 친구들 덕분이다.
오래전 블로그 이름을 '구름뜰'로 한 것도
어른이 되고도 고향마을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1년에 두번씩은 주어질 것 같다.
지금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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