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향기

질문의 책 /파블로 네루다

구름뜰 2014. 12. 3. 21:47

 

 

'질문의 책'에는 1에서 74까지 제목이 붙여진 시가 있다. 

이 시들은 모두 물음표로 끝난다.

읽고 내일 토론해야 할 책인데

처음 읽을 때는 뭔가 하는 생각만 하다가

 두 번 읽으니 조금 보이고

세 번 읽으니 한결 수월해졌다.

 

질문이 주는 것들

환기 시켜주고

다시 묻고

답을 찾아보고

다시 나도 질문하는

과정을 생산한다

 

말하자면,

 답하고 싶어서 질문하는 것도 있고

답이 없어서 질문하는 것도 있고

답을 알려주려 하는 질문도 있다

물론 답이 아니라고 하는 질문도 있다.

 

하늘이라고 하되

하늘로만 생각지 말고

바다라고 하되

당신이라고도 생각해 보고

구름이라고도 할때

덧없이 풍부한 구름이라고 할 때

당신이 어느때 내게 구름이었던 시간도 스쳐간다.

 

질문의 시

읽다가 반짝 하는 문장들만 올려본다.

 

 

 

 

.

 

말해줄래, 장미가 발가벗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게 그냥 그녀의 옷인지?

 

나무들은 왜 그들의 

찬람함을 숨기지?

 

누가 도둑질하는 자동차의 

후회를 들을까?

 

빗속에 서 있는 기차처럼 

슬픈게 이 세상에 또 있을까?

 

6

묵은 재는 무슨 말을 할까

그게 불 근처를 지날 때?

 

9

우리는 구름에게, 그 덧없는 풍부함에 대해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할까?

 

 

 

 

10

내 피를 만져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내 시에 대해 무슨 말을 할까?

 

11

우리가 이미 말을 해버렸다면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오래 말을 할까?

 

13

오렌지 나무 속에 들어 있는 햇빛을 

오렌지들은 어떻게 분배할까?

 

14

왜 목요일은 스스로를 설득해

금요일 다음에 오도록 하지 않을까?

 

15

버려진 자전거는 어떻게

그 자유를 얻었을까?

 

18

포도알은 어떻게

포도송이의 정책을 알게 되었을까?

 

그리고 영글게 놔두는 것과 따는 것 중에

어떤게 더 힘든지 당신은 아는가?

 

지옥 없이 사는 건 나쁘다:

우리가 그걸 재건할 수 없을까?

 

 

20

너무 늦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게 낫지 않나?

 

22

사랑, 그와 그녀의 사랑,

그게 가벼렸다면, 그것들은 어디로 갔지?

 

어제, 어제 나는 내 눈에게 물었다

우리가 언제 다시 보게 될까?

 

24

4는 모든 사람에게 독같이 4일까?

모든 일곱들은 같을까?

 

죄수가 빛에 대해 숙고할 때

그건 당신한데 비추는 빛과 같은 것일까?

 

25

왜 숲은 눈을 기다리기 위해서만 

옷을 벗었을까?

 

체리 속의 달콤함은 

왜 그렇게 단단할까?

 

그게 죽어야 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일까?

 

27

가시들이 있을 자리 있어?

하고 그들이 장미나무에게 물었다.

 

 

 

 

31

누구한데 물어볼 수 있지 내가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하려고 왔는지?

 

왜 나는 원치도 않으면서 움직이고

왜 나는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지?

 

왜 나는 바퀴도 없이 굴러가고

날개나 깃 없이 날며

 

그리고 왜 나는 이주를 결정했지

내 뼈가 칠레에 살고 있는데?

 

32

파블로 네루다라고 불리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이 인생에 있을까?

 

35

우리의 삶은 두 개의 모호한 명확성

사이의 터널이 아닐 것인가?

 

아니면 그건 두 개의 검은 삼각형

사이의 명확성이 아닐 것인가?

 

아니면 삶은 새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 물고기가 아닐까?

 

죽음은 비존재로 이루어져 있거나

아니면 위험한 물질로 되어 있지 않을까?

 

 

 

42

항상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 비해 더 고통스러운가?

 

44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내가 그들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그는 알까

그리고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왜 우리는 다만 헤어지기 위해 자라는 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썼을까?

 

45

슬픔과 기억 중에서

어떤 게 혁대보다 더 무겁게 달릴까?

 

 

 

46

그리고 십이월과 일월 사이에 있는

달의 이름은 무엇일까?

 

무슨 권한으로 사람들은

포도송이의 열두 알을 셀까?

 

왜 일 년 내내 계속되는 좀 더 긴 

달을 우리한데 주지 않았을까?

 

봄은 꽃피지 않은 키스로

당신을 속인 적이 없는가?

 

47

가을이 한창 일 때

당신은 노란 폭발들을 듣는가?

 

49

내가 바다를 한 번 더 볼 때

바다는 나를 본 것일까 아니면 보지 못했을까?

 

파도는 왜 내가 그들에게 물은 질문과

똑같은 걸 나한데 물을까?

 

그리고 왜 그들은 그다지도 낭비적인 

열정으로 바위를 때릴까?

 

그들이 모래에게 하는 글들의 선언을

되풀이하는 데 지치지 않을까?

 

 

 

 

58

오늘 아침 나는 벌거벗은 바다와

하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나?

 

60

망각의 법정에서

나는 무슨 중요성을 갖고 있나?

 

64

왜 내 낡은 옷들은

깃발처럼 펄럭일까?

 

나는 때때로 약한가

아니면 언제나 선한가?

 

우리는 친절을 배우나

아니면 친절의 탈을 배우나?

 

악의 장미나무는 희고

선의 꽃들은 검지 않은가?

 

누가 무수한 순결한 것들에게

이름과 숫자를 부여하는가?

 

69

바다에 닿지 못하는 강들은

어떤 별들과 이야기를 계속할까?

 

 

 

 70

히틀러는 지옥에서

어떤 강제노동을 할까?

 

벽에 페인트칠을 할까 아니면 시체를 다룰까?

그는 사자의 냄새를 맡을까?

 

거기서 그에게 수없이 태워 죽인

아이들의 재를 먹일까?

 

74

왜 나뭇잎들은 떨어질 때까지

가지에서 머뭇거릴까? 

 

 

 

파블로 네루다는 칠레의 시인이자 정치가 였고.

 71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 시는 73년 9월에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에 쓴 시다

 

네루다와 관련하여 알려진 영화  '일 포스티노'는 정말 볼만한 영화다

  ' 어느날 시가 내게로 왔다'는 메세지는 네루다와 떼어놓고 얘기할 수 없는 문장이 되었다. 

 

노작가가 주고간 질문

독자의 질문과 또는 답이 어찌 일맥상통하기 쉬울까만

그렇더라도 이런 책이 주는 메세지는

뭔지 모르겠는 무언가를 계속 양산하고 있다.

 

우리는 고정관념에 묶여 있고 그 틀을 편안해 한다

문학의 기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효용성에 강박증이 강한 작금이라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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