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토론한지가 두달이 넘었다.
독서 토론을 할때도 여러 의견들이 많았던 책이다.
이 책에는 네명의 남녀가 나오는데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하며 살아간다 .
작가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곳곳에 숨어 있다.
놀라운 것은 편중됨 없이 네명의 남녀 모두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작가가 주인공을 한 사람만 둔게 아니라
네 사람 모두를 두었다고 할 만큼 균형감있게 풀어간다.
예를 들어서 세속에서 본다면 어떻게 그럴수 있어 하는 시선이 생기고
즉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분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선
참을 수 없는 존재 개개인의 삶에 깊숙히 가 닿는 작가의 인식이 있다.
절대로 함부로 자신의 삶이 아닌 삶을 우리가 재단하거나 평가할 수 없는
그런 장치랄까 복선이 잘 깔린 작품이다
읽으면서 좋은 문장들을 먼저 정리해 봤다.
혼자보기도 아깝고 한 번 보고 덮어두기에는 더 아까운 문장들이다.
타이핑 하면서 한 번 더 숙지하게 되므로 타이핑하는것을 나는 좋아한다.
즉 분량에 연연하지 않는다. 문장만 좋다면.
1부
무거움과 가벼움
1
영원의 회귀라는 사상은, 세상사를 우리가 아는 그대로 보지 않게 해 주는 시점을 일컫는 것이라고 해 두자. 다시 발해 세상사는, 세상사가 덧없는 것이라는 정상참작을 배제한 상태에서 우리에게 나타난다. 사실 이 정상참작 때문에 우리는 어떤 심판도 내릴 수 없다. 곧 사라지고 말 덧없는 것을 비난할 수 있을까? 석양으로 오렌지 빛을띤 구름은 모든 것을 향수의 매력으로 빛나게 한다. 단두대조차도..
2
니체는 영원회귀의 사상은 가장 무거운 짐이라고 말했다.
영원회귀가 무거운 짐이라면 이를 배경으로 거느린 우리 삶은 찬란한 가벼움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낸다. 그러나 묵직함은 진정 끔찍하고, 가벼움은 아름다울까?
5
어머니의 생각과 조목조목 대립되는 그의 생각을 아들에게 주입하고자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생각만으로도 그는 피곤해졌다. 그런데 다른 아이가 아닌 딱히 이 아이에게 그토록 집착할 이유가 있을가? 부주의 했던 하룻밤 인연 외에는 그와 아이를 이어 주는 끈은 없는 것이다.
- 그의 몫으로 남은 유일한 상속 재산은 여자들에 대한 두려움뿐이었다. 그는 여자를 갈망하면서도 두려워했다. -에로틱한 우정..
이혼하여 아내와 살고 있는 아들을 정기적으로 만나다가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다는 아버지 토마시의 생각이다.
'다른 아이가 아닌 딱히 이 아이에게 그토록 집착할 이유가 있을까.
부주의 했던 하룻밤 인연 외에는 그와 아이를 이어 주는 끈은 없는 것이다.'
섬뜩하리만치 이기적인 생각이다.
이후 토마시는 아들을 만나지 않게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의 여성편력은 계속된다.
에로티한 우정이란 성에선 자유로우며 더 이상의 것은 바라지 않는 관계를 바라는 거다.
다시 결혼하고 아내를 두었음에도 다시 다른 여성을 만난다.
그가 말하는 에로틱한 우정이다.
6
에로틱한 우정의 불문율을 지킨다는 것은 토마시가 자신의 삶에서 사랑을 배제한다는 것도 의미했다.
7
이론적 가능성에서 비롯된 터무니없는 질투는 토마시가 그녀의 정절을 불가결한(없어서는 않되고 반드시 필요함 또는 그런것) 전제 조건으로 간주한다는 증거였다. 하물며 진짜 존재하는 그의 애인들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그녀를 어찌 나무랄 수 있을까?
8
라틴어에서 파생된 언어에서 동정이라는 단어는 타인의 고통을 차마 차가운 심장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달리 말해 고통스러워하는 이와 공감한다는 뜻이다. 거의 같은 뜻을 지닌 연민이라는 단어는 고통 받는 존재에 대한 일종의 관용을 암시한다. -그는 테레자를 이해했고 그녀를 비난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더욱더 사랑하게 되었다.
10
이제 그는 덫에 걸려든 것이다. 다른 여자를 만나러 가려고 문을 나서면 욕망이 사라졌고 여자들이 없는 날이면 대번에 전화를 걸어 밀회 약속을 했다.
- 그는 출구가 없는 상황에 빠져 있었다. 애인들 눈에 그는 테레자에 대한 사랑의 도장이 직힌 사람으로 보여고, 반면 테레자의눈에는 여러 애인들과 나눈 사랑 편력의 도장이 찍힌 사람으로 보였던 것이다.
12
그녀(테레자)는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자신이 강하다고 느낄 수 있는 상황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와 유사한 상황을 다시 찾겠다는 희망에 부풀어 외국으로 떠나고 싶은 것이었다.- 취리히 행을 결심하며...
테레자를 함께 살게되면서 토마시는 에로틱한 우정에 대해서 생각을 돌아보게 된다.
14
테레자가 모든 것을 결정해 주었다. -이제 피곤은 사라지고 아름다움만 남았다.
(제네바의 사비나에게 전화를 걸거나 지난 몇 달 동안 알고 지낸 취리히의 여자들 중 하나에게 연락을 취하고 싶지는 않았을까? 아니다. 그에겐 추호도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는 다른 여자와 함께 있으면 테레자의 추억이 그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15
우수 어린 이 이상한 도취는 일요일 저녁까지 지속되었다. 월요일 모든 것이 달라졌다. 테레자가 그의 머릿속에 돌연 출연한 것이다. 그는 테레자가 이별의 편지를 쓰며 겪었던 감정을 느꼈던 것이다.
-우울 했던 이틀 동안 그의 동정심이(감정적 텔레파시라는이 저주) 쉬고 있었던 것이다. -동정심도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16
인간은 오직 한 번박에 살지 못하므로 체험으로 가정을 확인해 볼 길이 없고, 따라서 자기 감정에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아파트 문을 연 것은 그의 생각이 여기까지 미쳤을 때였다. 카레닌이 반갑다고 얼굴까지 뛰어올라 만남의 순간이 보다 쉬워졌다. 테레자의 품 안에 뛰어들고 싶은 욕망(취리히에서 자동차에 올라타는 순간까지도 느꼈던 이 욕망)은 완전히 사라졌다.
17
"당신을 만나지 않았따면 나는 틀림없이 그를 사랑했을거야"
-테레자가 친구 Z가 아닌 자기와 사랑에 빠진 것은 철저한 우연이라는 사실을 문득 깨달은 것이다. 가능성의 왕국에는 토마시와 이루어진 사랑 외에도 실현되지 않은 다른 남자와의 무수한 사랑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사랑이란 뭔가 가벼운 것, 전혀 무게가 나가지 않은 무엇이라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믿는다. 우리는 우리의 사랑이 반드시 이런 것이어야만 한다고 상상한다. 또한 사랑이 없으면 우리의 삶도 더 이상 삶이 아닌 거라고 믿는다.
- 절대적 우연의 화신인 그 여자가 지금 그의 곁에 누어 깊은 숨을 내쉬며 잠들어 있다.
-테레자의 호흡이 한두 번인가 가벼운 코 고는 소리로 변했다. 토마시는 추호도 동정심을 느끼지 못햇다. 그가 느낀 유일한 것은 위를 누르는 압박감, 귀향으로 인한 절망감뿐이었다.
2부
영혼과 육체
4
나는 가끔 그녀의 생김새가 어머니와 닮았을 뿐 아니라 그녀의 삶도 어머니 삶의 연장인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당구공의 움직임이 당구 치는 사람의 팔 동작의 연장선상에 있듯이 말이다.
훗날 테레자의 인생으로 변모한 그 동작은 언제 어디에서 발생했을까?
아마도 프라하의 한 장사꾼이 자기 딸, 즉 테레자의 엄마 앞에서 그녀가 아름답다고 처음으로 찬사를 늘어놓던 순간부터 였을 것이다. 그때 테레자의 어머니는 서너 살쯤 되었을 테고, 할아버지는 라파엘로가 그린 마리와와 그녀가 닮았다고 햇다. 어머니는 이 말을 가슴 기이 새겨 두었고 훗날 중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은 듣지 않고 자기가 어떤 그림과 닮았을까 궁금해했다.
첫 번째는 가장 미남이었고, 두 번째는 가장 똑똑했고, 세 번째는 가장 부자였으며, 네 번째는 가장 운동을 잘햇고, 다섯 번째는 가장 좋은 가문 출신이었고, 여섯 번째는 시를 읊었고, 일곱 번째는 전 세계를 일주했고, 여덟 번째는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아홉 번째는 가장 남성적이었다.
사랑을 나누는 동안 어머니가 조심해서 해! 조심해야만 해! 라고 속삭였지만, 그 남자는 일부러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낙태해 줄 의사도 제때 찾지 못했기에 서둘러 그를 남편으로 삼아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 테레자가 태어났다. 도처에서 수 많은 가족이 몰려와 요람을 들여다보며 아기를 얼렀다. 테레자의 어머니는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침묵했다. 다른 여덟 구혼자에 대해 생각했고 그들 모두 아홉 번째보다는 훤씬 나아 보였다.
테레자의 엄마도 그녀의 딸처럼 거울 보는 것을 좋아했다. 어느날 그녀는 눈가 주름을 발견하고 자신의 결혼은 엉터리였다고 중얼거렸다. 그녀는 사기 몇 건과 이혼 전력이 두 번 있는 전혀 남성적이지 못한 남자를 만났다. 그녀는 무릎이 물집 투성이가 된 애인들을 증오했다. 그녀는 사기꾼에게 무릎을 꿇었고 남편과 테레자를 버리고 떠났다.
남자들 중에서 가장 남성적인 남자는 남자들 중에서 가장 슬픈 남자가 되었다. 그는 너무 슬픈 나머지 모든 것에 관심을 잃었다.
- 얼마 후 남자 중에서 가장 슬픈 남자는 감옥에서 죽었다. 어머니는 테레자를 데리고 사기꾼과 함께 산자락에 있는 조그만 도시에 정착했다. 계부는 사무실 직원이었고, 어머니는 상점 판매원이었다. 어머니는 아이 셋을 더 가졌다. 그리고 어느 날 여전히 거울을 보다가 자신이 늙고 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5
하긴 어머니의 운명에 대한 책임이 테레자에게있다는 말은 어쩌면 정확할 것이다. 그녀. 남자 중에서 가장 남성적인 남자의 정자 하나와 여자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의 난자가 이룬 부조리한 만남. 테레자라고 이름 붙여진 운명적 순간에 어머니는 살패한 인생의 마라톤을 시작한 것이다.- 모성애가 희생 그 자체라면, 태어난 것은 그 무엇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죄인 셈이다.
7
내가 모기에 테레자는 아름다운 여인의 삶을 멀리 내팽개쳤떤 어머니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그리고 테레자 스스로 신경질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우아한 여유가 결핍된 행동을 한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자기 파괴적이며 폭력적인 어머니의 행동, 그녀, 바로 테레자 자신이었다.)
8
모르는 사람이라는 점 때문에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높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녀를 둘러싼 저속한 세계에 대항하는 그녀의 유일한 무기는 시립도서관에서 빌려오는 책뿐이었다.
책은 그녀를 아무런 만족도 주지 못하는 삶으로부터 벗어나는 상상의 도피 기회를 제공했지만,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다. 그녀는 겨드랑이에 책을 끼고 거리를 산책하는 것을 즐겼다. 책은 그녀에게 19세기 멋쟁이들이 들고 다녔던 우아한 지팡이와도 같았다. 책을 통해 그녀는 남과 자기를 구분 지었다.
11
인간은 가장 깊은 절망의순간에서조차 무심결에 아름다움의 법칙에 따라 자신의 삶을 작곡한다.
12
어린 소녀는 대학교에서 책을 펴고 하품을 하는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할 생명력을 자신의 내면에 비축하고 있었다. 테레자는 그들보다 많이 읽었고 그들보다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앗지만, 정작 자신은 그 사실을 몰랐다. 독학자와 학교에 다닌 사람의 다른 점은 지식 폭이 아니라 생명력과 자신에 대한 신뢰감 정도차이다.
16
꿈들은 웅변적일 뿐 아니라 아름답기까지 하다. 프로이드가 그의 꿈에 대한 이론에서 놓쳤던 것이 바로 이런 측면이다. 꿈은 커뮤니케이선(암호화되긴 했지만)일 뿐 아니라 미학적 활동, 상상력의 유희이며, 이 유희는 그 자체가 하나의 가치다. 꿈은 상상하는 것, 없는 것을 희구하는 것이 인간의 가장 심층적인 욕구 중 하나라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다. 바로 그 점이 꿈속에 철면피한 위험이 은폐된 이유이기도 하다.
17
끊임없이 신분상승을 원하는 자는 어느 날엔가 느낄 현기증을 감수해야만 한다. 현기증이란 무엇인가? 추락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튼튼한 난간을 갖춘 전망대에서 우리는 왜 현기증을 느끼는 것일까.? 현기증, 그것은 추락에 대한 두려움과는 다른 그 무엇이다. 현기증은 우리 발밑에서 우리를 유혹하고 홀리는 공허의 목소리. 나중에는 공포에 질린 나머지 아무리 자제해도 어쩔 수 없이 끌리는 추락에 대한 욕망이다.
25
그녀는 허영심 때문에 야심을 가져 본 적이 결코 없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어머니의 세계로부터 빠져나오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녀는 문득 분명하게 깨달았다. 그녀는 사진 찍는 일에 열정을 갖고 몰두했지만 다른 어떤 일에라도 똑같은 열의를 쏟을 수 있었다. 사진은 단지 더 높이 올라가 토마시 곁에 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당신이 선인장 사진을 찍을지라도 그것은 당신에게 속한 당신의 삶이죠. 남편만을 위해 사는 것은 당신의 삶이 아니에요.
27
카레닌은 그들 삶의 시계였다. 절망의 순간마다 테레자는 이 개 때문에라도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녀보다도 아마도 둡체크나 버리고 떠나온 조국보다도 카레닌은 더 허약했기 때문이다.
사랑했는데도 상대방에게 하나의 지옥을 선사했다. 그들이 사랑한 것은 사실이다. 오류가 그들 자신이나 그들의 행동 방식 혹은 감정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공존불가능성에서 기인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왜냐하며 그는 강했고 그녀는 약했기 때문이다.
강자가 약자에게 상처를 주기에는 너무 약해졌을때 떠날 줄 알아야 하는 사람은 바로 약자다.
29
그녀는 곁에서 자고 있는 토마시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무한한 행복감을 느꼈다.
3부
이해받지 못한 말들
1
그에게 있어 사랑은 공적인 삶의 연장이 아니라 그 대척점이었다. 사랑은 다른 사람의 선의와 자비에 자신을 내던지고 싶다는 욕구였다. 마치 포로가 되려면 먼저자신의 모든 무기를 내던져야 하는 군인처럼 타인에게 자신을 방기하고자 하는 욕구, 그리고 아무런 방어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그는 언제 공격당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외국 도시들에서 짧게 머무는 동안 그들은 은밀한 순간을 억제하는 것에 신물 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녀는 그가 그들의 사랑을 진부함으로부터 보호하고 가정생활로부터 철저하게 분리하기 위해 기울였던 고뇌에 찬 모력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제네바에서 정부와의 섹스를 자제하는 것은 실은 자신이 다른 여자와 결혼한 것에 대해 스스로 가하는 형벌이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어떤 오류나 흠집으로 받아들이며 살았다.
-매번 부인 곁에 누울 때마다 그는 부인 곁에 누우려는 자기의 모습을 상상하는 여자 친구를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마다 수치심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부인과 함께 자는 침대와 정부와 섹스를 하는 침대 사이의 공간을 가능하면 넓히려고 노력했다.
3
이해받지 못한 말들의 조그만 어휘집 (1부)
여자
여자로 사는 것, 이것은 사비나가 선택하지 않은 조건이다. 선택의 결과가 아닌 것은 장점이나 실패로 간주될 수 없다. 우리에게 강요된 상태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적합한 태도를 찾아야만 한다는 것이 사비나의 생각이다. 여자로 태어났다는 사실에 분개하는 것은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만큼이나 그녀에게는 부조리하게 보였다.
그녀는 그에게 버림받는다면 자살하겠다고 그를 협박했더랬다. 이 협박이 프란츠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리클로드가 마음에 그리 들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사랑이 숭고하게 여겨졌다.
-그녀가 자살하겠다고 협박했던 순간만큼 강렬한 감정을 그에게 보여 준 적은 이후로 한 번도 없었지만, 마리클로드에게 결코 아픔을 주지 않고 그녀에게 내재된 여자를 존중하리라는 다짐은 그의 마음속 깊이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
이 문장은 묘하다. 그는 마리클로드를 존중한다고 한 것이 아니라 마리클로드에게 내재된 여자를 존중한다고 다짐했던 것이다.
정조와 배신
프란츠는 사비나에게 그의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자주했고 아마도 그것은 무의식적인 계산에서였을 것이다. 사비나가 정조에 대한 그의 태도에 매료될 곳이며, 그것이 그녀를 붙잡아 두는 수단이라는 속셈.
그런데 사비나를 유혹하는 것은 정조가 아니라 배신이었다. 정조라는 단어는 일요일에 숲 너머에 지는 태양, 혹은 화병 속 장미 다발을 취미 삼아 그리던, 청교도적이며 시골 냄새를 풍기던 그녀의 아버지를 떠오르게 했다.
- 같은 또래 남자 아이를 사랑할 권리는 없었지만 적어도 입체파를 사랑할 수는 있었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라하로 떠나면서 마침내 그녀의 집안을 배신할 수 있으리라는 뿌듯한 느낌을 가졌다.
-배신 -줄 바깥
사비나에게 미지로 떠나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었다.
그녀는 미술 대학에 등록을 했지만 피카소처럼 그리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당시에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 불리는 것을 의무적으로 그려야 했고, 미대에서는 공산주의 국가 우두머리의 초상화를 만들어 냈다. 공산주의는 사랑( 그 시대는 청교도적 분위기 일색이었다)과 피카소를 금지하는 또 다른 아버지, 한결같이 가혹하고 완고한 아버지였기에 아버지를 배신하고자 하는 그녀의 욕구는 충족되지 못했다. 그녀가 프라하 출신의 싸구려 배우와 결혼한 이유는 오로지 그가 기인이라는 평판을 받았고 두 아버지가 그를 마땅치 않게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죽었다. 다음날 매장을 하고 프라하로 돌아오면서 그녀는 전보를 받았다. 그녀의 아버지가 슬픔에 겨운 나머지 자살한 것이었다.
그녀는 회한에 사로잡혔다. 아버지가 화병에 장미를 그리고 피카소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토록 잘못된 일이었을까? 열네 살짜리 자기 딸이 임신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 그토록 비난받을 만한 일이었을까? 부인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이 조롱거리가 될 수 있을까?
그녀는 다시 배신하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혔다. 자기 자신의 배신을 배신하기.
그녀는 남편에게(기인이라기보다는 거추장 스러운 주정뱅이로만 보이는)그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b를 위해 a 를 배신했는데, 다시 a를 배신한다 해서 이 배신이 a와의 화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혼한 여자 예술가의 삶은 배신당한 그녀 부모의 삶과는 닮지 않았다. 첫 번째 배신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첫 번째 배신은 그 연쇄작용으로 인해 또 다른 배신들을 야기하며, 그 하나하나의 배신은 최초의 배신으로부터 우리를 점점 먼 곳으로 이끌게 마련이다.
음악
프란츠의 음악은, 도취를 위해 창안된 디오니소스적 아름다움에 가장 근접한 예술이다.
-그에게 있어 음악은 해방을 뜻했다.
빛과 어둠
사비나에게 산다는 것은 보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사비나는 그를 보고 싶지 않아 자기도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녀에게 있어서 이런 어둠은 무한성이 아니라 다만 그녀가 보는 것과의 불화, 보이는 것에 대한 부정, 보는 것의 거부만을 의미했다.
4
그녀가 어버지를 배신했을 때, 삶은 길고 긴 배반의 길처럼 그녀 앞에 활짝 열렸고, 매번 새로운 배반은 마치 악덕처럼, 승리처럼 그녀를 유혹했다. 그녀는 대열 속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고 머무르지도 않을 것이다! 항상 같은 사람, 같은 단어들과 더불어 대열 속에 영원히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그녀가 자기 자신이 저지르는 잘못에 자극 받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5
이해받지 못한 말들의 조그만 어휘집(연속)
프란츠는 책에 파묻힌 그의 삶이 비현실적이라 생각했다. 그는 현실적인 삶, 다른 남자들, 혹은 다른 여자들과 나란히 걸으며 느끼는 접촉, 그들의 환호소리를 희구해싸. 그가 비현실적이라 판단했던 것(도서관에 고립된 그의 연구 생활)이 그의 현실이며 그가 현실이라고 간주했던 시위 행렬은 하나의 볼거리 춤, 축제, 달리 말하면 하나의 꿈에 불과하다는 데엔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이다.
6
-당신 힘을 가끔 내게 쓰지 않는 이유가 뭐야?
-사랑한다는 것은 힘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라고 프란츠가 부드럽게 말했다.
사비나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첫째 이 말은 아름답고 진실하다.
둘째. 이 말 때문에 프란츠는 그녀의 에로틱한 삶에서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
진리 속에서 살기
사비나에게 있어 진리속에서 산다거나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군중 없이 산다는 조건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행위의 목격자가 있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좋건 싫건 간에 우리를 관찰하는 눈에 자신을 맞추며, 우리가 하는 그 무엇도 더 이상 진실이 아니다. 군중이 있다는 것, 군중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거짓 속에 사는 것이다. 사비나는 작가가 자신의 모든 은밀한 삶, 또한 친구들의 은밀한 삶까지 까발리는 문학을 경멸했다. 자신의 내밀성을 상실한 자는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고 사비나는 생각했다. 또한 그것을 기꺼이 포기하는 자도 괴물인 것이다. 그래서 사비나는 자신의 사랑을 감춰야만 한다는 것을 괴로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진리 속에서'사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프란츠는 모든 거짓의 원천이 개인적인 삶과 공적인 삶의 분리에 있다고 확신했다. 개인적인 삶 속에서의 모습과 공적인 삶 속에서의 모습은 별개다. 프란츠에게 있어서 '진리 속에서 살기'란 사적인 것과 공개적인 것 사이에 있는 장벽을 제거하는 것을 뜻했다.
- 아홉달 전에 애인이 생겼어 나는 그녀를 제네바서 만나고 싶지 않아, 그렇기 때문에 그토록 여행을 했던 거야, 당신에게 미리 말해 두는 것이 나은 것 같아"
-그래 나도 미리 아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8
사비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프란츠가 그녀 사생활의 문을 깨고 무단 침입한 것과 같았다.
-그녀는 본의 아니게 그녀에게 철저히 무관심한 한 여자의 라이벌이 될 참이었다. 프란츠는 이혼을 할 것이고, 그녀가 커다란 부부 침대에서 그의 옆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가까이에서나 멀리에서나 모든 사람이 바라볼 것이다. 그녀는 모든 사람 앞에서 연극을 해야만 할 것이다. 사비나가 되는 대신 억지로 사비나 역을 연기해야만 하고 그 연기법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공개적으로 변한 사랑은 무게를 더할 것이더 짐으로 변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허리가 휘었다.
- 그 순간 그녀는 당시의 욕망을 가능한 한 가장 강렬하게 머릿속에 그려보고 다시 불러일으켜 거기에 의지해 보려고 애썼다. 헛수고였다. 불편한 마음만 더욱 강해졌다.
-사비나가 램프를 끈 것은 바로 그의 감은 눈 때문이다. 그녀는 단 일 초라도 감은 눈을 보고 싶지 않았다. 속담에도 있듯이 눈은 마음의 창이다. 그녀가 보기에 눈을 감은 채 그녀 위에서 바둥거리는 프란츠의 육체란 영혼이 빠진 육체였다. 그는 채 눈을뜨지 못한 작은 짐승 같았고 목이 말라 애처러운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근육이 멋진 프란츠는 그녀의 젖을 빠는 커다란 강아지 같은 체위를 취했다. 그리고 그것은 맞는 말이다. 그는 마치 젖을 먹는 것처럼 그녀의 젖꼭지 중 하나를 물고 있었던 것이다! 프란츠의 하반신은 남자이지만 상반신은 젖을 먹는 신생아 같았다. 신생아와 동침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거의 혐오스러움을 느꼈다. 그렇다, 그녀는 그녀의 몸 위에서 절망적으로 몸부리치는 그의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고, 이젠 암캐가 새끼 강아지에게 하듯 그에게 젖을 내밀지 않을 것이다. 오늘이 마지막, 두 번 다시 돌이키지 못할 마지막이다!
물론 그녀의 결심은 부당함의 극치이며 프란츠는 그녀가 사귀었던 모든 남자 중에 가장 훌륭했고, 지적이며, 그녀의 그림을 이해했고, 선하고, 정직하고, 미남임을 그녀도 알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그녀는 그 지성, 그 선의를 훼손하고, 그 명청한 위력에 폭력을 가하고 싶었다.
그날 밤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흥분한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격렬하게 그를 사랑했다. 그녀는 그를 사랑했고 동시에 이미 그곳에서 먼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또다시 멀리에서 배반의 황금 나팔 소리가 들렸고, 그녀는 이 부름에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녀 앞에 아직도 광활한 자유의 공간이 열려 있으며 그 공간의 넓이가 그녀를 흥분시키는 것 같았다. 그녀는그 어느 때보다도 프란츠를 미친 듯 거칠게 사랑했다.
프란츠는 그녀의 몸 위에서 흐느꼈고, 그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고 확신햇다. 식사 시간 내내 사비나는 침묵을 지켰고 프란츠의 결심에 대해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으나, 지금 그녀는 대답한 것이다. 그녀는 그녀의 희열, 정열, 공감, 그와 함께 영원히 살고 싶은 그녀의 욕구를 그에게 표시한 것이다.
-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탄 자세로, 두 사람 모두 말을 타고 달리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그들이 원하는 먼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두사람 모두 그들을 구원하는 배신에 도취했다. 프란츠는 사비나를 타며 그의 부인을 배신해고, 사비나는 프란츠를 타고 프란츠를 배신했다.
10
결혼을 원하는 처녀는 자기도 전혀 모르는 것을 갈망하는 것이다. 명예를 추구하는 청년은 명예가 무엇인지 결코 모른다. 우리의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항상 철저한 미지의 그 무엇이다. 사비나 역시 배신의 욕망 뒤에 숨어 있는 목표가 무엇인지 모른다.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이것이 목표일까? 제네바를 떠나온 이래 그녀는 이 목표에 부쩍 가까워졌다.
사비나의 부모는 같은 주에 세상을 떠났다. 토마시와 테레자는 같은 순간에 죽었다. 갑자기 그녀는 프란츠와 함께 있고 싶어졌다.
-그녀는 자기에게 참을성이 없었던 것을 후회했다. 함게 더 오래 있었더라면 그들은 조금씩 그들이 사용했던 단어들을 이해하기 시작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어휘는 너무도 수줍은 연인들처럼 천천히 수줍게 가까워지고, 두 사람 가각의 음악도 상대편의 음악 속에 녹아들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나 이제 너무 늦었다.
11
젊은 애인과 단둘이 방에 잇을 때 그녀는 책에서 눈을 떼고 그에게 취조하는 듯한 눈길을 보냇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해?"
프란츠는 천장에 시선을 고정한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가 어떤 대답을 했건 간에 상관없이 그는 영락없이 사비나를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을 때 그 젊은 여학생은 그의 첫 번째 독자엿고, 그녀는 그와 토론을 하고 싶어 했다. 그렇지만 그는 사비나가 이 논문에 대해 무슨 말을 할지만 생각했다. 그가 하는 모든 일은 사비나를 위해, 그녀를 기쁘게 해 주는 식이었다.
이것은 그의 안경잡이 여학생에게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을 아주 순결한 배신이었으며 프란츠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그가 사비나에게 바치는 숭배는 사랑이라기보단 종교에 가까웠다.
더구나 이 종교의 교리에 따르자면 그의 젊은 애인은 사비나가 보낸 셈이다. 따라서 지상의 사랑과 초지상의 사랑은 완벽하게 일치하며 초지상의 사랑이 필연적으로 불가해하며 불가지한 많은부분을 포함하는 반면(이해 받지 못한 어휘, 그 긴 오해의 목록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그의 지상의 사랑은 진정한 이해 위에 성립된 것이다.
여학생은 사비나보다 훤씬 젊었기 때문에 그녀 삶의 악보는 이제 겨우 윤곽이 잡혔을 정도라, 프란츠에게서 빌려온 모티프를 감지덕지하면서 자기 악보에 삽입했다. 프란츠의 대장정 역시 그녀의 신앙 항목에 속했다.
연사의 회색 머리는 미용실에서 파마를 받은 듯했다. 그는 긴 연설문을 낭독했고 급기야 그것을 들으러 이곳까지 온 소소의 열성분자들을 졸리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안경잡이 여학생은 프란츠 곁에 앉아 하품을 참고 있었다. 그러나 프란츠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회색 머리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한 그는 경이로운 검지를 치켜세운이 남자의 모습이 정겹다고 생각햇다. 이 남자는 그와 그의 여신 사이 소통을 유지해 주는 천사요. 밀사라고 생가했다. 그는 눈을 감고 꿈을 꿨다. 그는 유럽의 열다섯 호텔과 미국의 한 호텔에서 사비나의 몸 위에서 눈을 감았듯이 눈을 꼭 감았다.
4부
영혼과 육체
5부
가벼움과 무거움
1
테레자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프라하의 토마시 집에 왔을 때, 그는 그날 그 시간에 테레자와 정사를 나눴고, 그직후 테레자의 온몸에서 열이 났다. 그녀는 침대에 누웠고, 토마시는 그녀가 사람들이 바구니에 넣은 뒤 강물에 띄워 자기에게 보낸 아기라고 확신하고 침대 머리맡을 지켰다.
그는 고통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은 오이디푸스는 바늘로 자기눈을 찌르고 영원히 장님이 되어 테베를 떠난다.
2
우린 몰랐어! 우리도 속은 거야! 우리도 그렇게 믿었어! 따직 보면 우리도 결백한 거야! 따라서 논의의 초점은 이 문제로 귀결된다. 그들이 몰랐다는 것이 사실인가? 혹은 그저 모르는 척한 것일까?
토마시는 이 논쟁의 추이를 지켜보며(다른 천만 체코인들처럼)공산주의 중에서 그렇게 까맣게 모르지만은 않았던 사람들도 필경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 중 대다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는 근본적인 문제는 그들이 알았는지 몰랐는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는 몰랐다고 해서 그들이 과연 결백한가에 있다. 권좌에 앉은 바보가, 단지 그가 바보라는 사실 하나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닐 수 있을까?
- "난 몰랐어! 그렇다고 믿었어!" 라는 바로 그 말 속에 돌이킬 수 없는 그의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토마시는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떠올려다. 오이디푸스는 어머니와 동침하는 줄 몰랐지만 사태의 진상을 알자 자신이 결백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자신의 무지가 저지른 불행의 참상을 견딜 수 없어 그는 자기 눈을 뽑고, 장님이 되어 테베를 떠났던 것이다.
토마시는 영혼의 순수함을 변호하는 공산주의자들이 악쓰는 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당신의 무지 탓에 이 나라는 향후 몇 세기 동안 자유를 상살했는데 자신이 결백하다고 소리칠 수 있나요? 자, 당신 주위를 돌아보셧나요? 참담함을느끼지 않나요? 당신에겐 그것을 돌아볼 눈이 없는지도 모르죠 아직도 눈이 남아 있다면 그것을 뽑아 버리고 테메를 떠나시오!
- 이런 모든 논쟁에서 항상 같은 질문이 대두되었다. 과연 그들이 알고 그랬는가. 아니면 모르고 그랬는가? 토마시는 이 질문이 부차적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어느 날 오이디푸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서 그 잡지에 투고햇다.
9
토마시는 이 백만분의 일을 발견하고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에 사로잡혔으며, 그의 눈엔 이것이 바로 그의 여자 집착증이 지닌 의미엿다. 그는 여자에 사로잡힌 것이 아니라, 그들 각자가 지닌 상상 못하는 부분, 달리 말해서 한 여자를 다른 여자와 구분 짓는 백만분의 일 상이성에 사로잡힌 것이다.
- 정복된 것의 가치는 정복하기 위해 쏟아 부은 시간으로 가늠되었다.
-따라서 그를 여자 사냥에 내모는 것은 관능의 욕구(관능은 말하자면 덤으로 따라오는 것이다)가 아니라 세계를 정복(지상에 머무는 육체를 메스로 개봉하고자 하는)하려는 욕망이었다.
10
주된 대화 주제가 오로지 두 사람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언어에 신체 접촉을 더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토마시는 그녀의 가늘게 뜬 눈을 화제로 삼으며 그녀의 눈을 애무했다. 그녀는 즉각 반응하지 않았지만 네가 내게 해 주면 나도 네게 똑같이 해 주지 게임을 하는 사람들처럼 의도적인 집요함도 보였다. 그들은 서로 상대편의 몸에 손을 얹고 마주 앉았다.
11
격렬함에 곁든 어색함, 어색함에 곁든 격렬함에 토마시는 황홀하게 흥분했다.
-상상의 메스로 우주의 무한한 화폭의 가느다란 천조각을 절개했다는 느낌.
13
함정에 초대되 것이다.
- 이런 유의 탄원이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결과란, 대통령이 어쩌다가 우연히 정치범들을 사면해 줄 마음을 먹었다가도 결코 사면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아들이 그의 생각을 끊었다. "핵심은 이 나라에 아직도 두려움이 없는 소수의 남자와 여자 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거예요. 누가 누구 편인지 보여 주는 것이죠. 알곡과 독보리를 분리해 내는 일이지요."
자기 자식과 언제나 함께 살아온 사람이라면 그런 유사성에 익숙해지고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할 테며 가끔은 그 발견을 즐거워할 수도 있다. 그런데 토마시가 아들과 이야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자기 자신의 비웃음과 마주하는 것에 익숙지 못한 것이다!
아들이 말을 이었다.
"아빠가 박해 받는 사람 편이길 바랍니다!"
14
"선생이 오이디푸스에 대해 쓴 글은 기막히게 좋았어요"
"거기에는 테러와 같은 생가이 들어 있었어요"
"불행히도 오로지 한 명의 희생자만 낳은 테러였지. 그게 바로 나야. 그 기사 때문에 나는 더 이상 환자들을 수술할 수 없게 되었어."
이말은 차갑게 거의 적대적으로 울려 퍼졌다.
이 조그만 불협화음을 지워 버리기 위해 기자는 (용서를 구하는 사람의 표정으로)이렇게 지적했다."그러나 당신의 기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토마시에게 "사람에게 도움이 되다."는 말은 어렸을적부터 의학이라는 단 하나의 행위와 동일시되었다. 신문 기사 하나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던 적이 있었던가? 이 두사람은 그에게 무엇을 믿게 하고 싶은 걸까? 그들은 그의 일생을 오이디푸스에 대한 한심한 생각에 한정했을 뿐 아이라, 심지어 그가 체제의 면전에 대고 발언한 단순한 아니요라는 한마디로 축소해 버렸다.
그는 (자신은 느끼지 못했겠지만 여전히 냉랭한 어투로)말했다. "내기사가 어떤 누구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외과의사 일을 하면서 적지 않은 사람의 생명을 구했지요."
다시 대화가 끊겼다. 이때 아들이 끼어들었다."사상 역시 생명을 구할 수 있어요."
아들은 눈에 띄게 힘들어 하며 말을 이었다. "아버지 기사에는 뭔가 대단한 것이 있었는데, 그건 타협 거부였어요. 지금 우리가 잃어가는 능력, 선악을 명백히 구별하는 능력 같은 거죠. 사람들은 이제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몰라요. 공산주의자들은 변명거리를 하나 찾았지요. 스탈린이 그들을 속였다는 겁니다. 살인자가 그의 어머니는 자기를 사랑하지 않았고 그래서 욕구불만에 빠졌다고 변명하는 꼴이지요. 그리고 아버니는 불쑥 이렇게 말했지요. '거기에는 어떤 해명도 없었다." 라고 그 누구도 영혼과 양심도 오이디푸스보다 결백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오이디푸스는 자기가 한 일을 보고는 스스로 벌했어요."
"모든 일이 오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선악의 경계는 끔찍할 정도로 모호하지요. 나는 누구의 징계도 요구하지 않았으며, 그런 것은 전혀 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한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징계하는 것은 야만입니다. 오이디푸스의 신화는 아름다운 신화죠. 그러나 그것은 이런 방식으로 이용한다는 것은 ......"
경찰이 그에게 요구했던 것은 다름 아니라 이러한 자기 기사에 대한 부인이었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생각을 바꾸셨나요?"하고 기자가 물었다.
" 그보다도 나는 무엇 때문에 내가 이 기사를 썼는지 자문하고 있어요." 토마시는 문득 그것이 생각났다. 그녀는 바구니에 담겨 강물에 버려진 아기처럼 그의 침대 언덕에 좌초했더랬다. 그렇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을 찾으러 갔던 것이다.
- 테레자에게 해를 끼치느 일은 절대로 하지 말것, 토마시는 정치범을 구할 수 없었지만 테레자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었다.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내는 것보다 생매장당한 까마귀를 꺼내 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지요."
15
이미 말했듯 소설 인물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처럼 어머니의 육체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하나의 상황, 하나의 문장, 그리고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거나, 본질적인 것은 여전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근본적이며 인간적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있는은유에서 태어난다.
그러나 작가란 자기 자신 이외의 것은 말할 수 없다고들 하지 않는가?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18
그들은 집으로 돌아왔다. 토마시는 운전을 하면서 내내 취리히에서 프라하로 돌아온 것은 재난에 가까운 실수라고 되뇌었다. 그는 테레자를 보지 않기 위해 발작적으로 시선을 도로에 고정했다. 그는 그녀을 원망했던 것이다. 그의 곁에 있는 그녀의 존재가 참을 수 없는 우연으로 비쳤던 것이다.
6부
대장정
1
1980넌 선데이 타임즈에 실린 기사를 읽고서야 사람들은 스탈린의 아들 야코프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게 되었다. 2차 세계 대전 중 전쟁 포로가 된 그는 영국군 장교와 같은 감옥에 수용되었다. 그들은 공동변소를 사용했다. 스탈린의 아들은 변소를 항상 더러운 채로 내버려 두었다. 영국인들은 당시 우주에서 가장 권세 있는 남자의 똥일지라도 그들의 변소를 똥투성이로 만드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들은 스탈린의 아들을 비난했고, 스탈린의 아들은 모욕을 당했다. 그들은 그에게 훈계를 하며 변소 청소를 강요했다. 그는 화를 내며 그들과 언쟁하다가 주먹다짐까지 했고 끝내는 수용소 소장의 접견을 요청했다. 그는 소장이 그들의 분쟁을 조정하길 바랬던 것이다. 하지만 똥을 두고 입씨름하기에는 독일인 수용소 소장이 너무도 자만심에 도취되어 있었다. 스탈린의 아들은 모욕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러시아 말로 끔찍한 저주를 하늘에 퍼부으며 수용소를 둘러싼 고압 철조망으로 달려갔다. 그는 철조망에서 숨을 거두었다. 거기에 매달려 있는 그의 육체는 다시는 영국인의 변소를 더럽히지 않을 것이다.
2
스탈린의 아들은 편안하게 살지 못했다. 모든 단서로 추정하건대 그를 낳은 여자를 결국은 그의 아버지가 총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 스탈린은 신의 아들이자 (왜냐하면 그의 아버지는 신으로 추앙받았기 때문에.)동시에 신의 저주를 받았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 때문에 이중으로 그 아들을 두려워했다. 그는 그가 지닌 권력으로(어쨌거나 그는 스탈린의 아들이었으니까.)인해, 그리고 그의 우정으로 (아버지는 그가 탄압하던 아들 대신 아들의 친구를 징계할수도 있으니까.) 인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주와 특권 행운과 불운, 사람들은 이런 대립이 얼마나 서로 교체 가능한지를, 인간 존재에 있어서 양극단 간의 폭이 얼마나 좁은지를 이보다 더 구체적으로 느낄 수는 없었다.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그는 독일군에게 생포되었다. 그의 이해할 수 없는 처신 때문에 예전부터 그에게 철두철미하 반감을 가졌던 다른 포로들은 그를 더럽다고 비난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고상한 비극을 어깨에 걸머졌던 그가 (그는 신의 아들이자 추락한 천사였다.)왜 이제는 고상한 것(신과 천사들)이 아니라 똥 때문에 심판받아야만 했을까? 가장 고상한 비극과 가장 일시적 사건이 이토록 현기증 날 정도로 근접한 것일까?
현기증 날 정도로 근접하다? 근접성이 현기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말일까?
그렇고 말고 북극이 남극에 거의 닿을 정도로 근접하다면 지구는 사라질 것이고, 인간은 현기증 나는 진공 속에 놓여 추락의 유혹에 빠질 것이다.
저주와 특권이 더도 덜도아닌 같은 것이라면 고상한 것과 천한 것 사이의 차이점은 없어질 테고, 신의 아들이 똥 때문에 심판받는다면 인간 존재는 그 의미를 잃고 참을 수없는 가벼움 그 자체가 될 것이다. 스탈린의 아들이 고압 전류가 흐르는 철조망에 몸을 던진 것은 의미가 사라진 세계에 무한한 가벼움 때문에 한심하게 치솟은 천칭 접시 위에 자기 몸을 올려놓기 위해서였다.
스탈린의 아들은 똥을 위해 목숨을 내 놓았다. 그러나 똥을 위해 죽는 것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제국 영토를 보다 동쪽으로 넓히기 위해 생명을 바친 독일인들이나 조국 세력을 보다 먼 서쪽까지 뻗어 나가게 하기 위해 죽은 러시아인들, 그렇다, 그들은 멍청한 짓을 위해 죽었고, 그들의 죽음은 의미도 없고, 보편적 결과도 낳지 못했다. 반면 스탈린 아들의 죽음은 전쟁의 광범위한 바보짓 중 유일한 형이상학적 죽음이었다.
3
신학적 예비지식은 조금도 없었지만, 어린 나는 순간적으로 똥과 신은 양립할 수 없으며 또한 인간이 신의 모습을 본따 창조되었다는 기독교의 인류학적 근본 명제가 지닌 허약성을 일찌감치 깨달았던 것이다. 둘 중 하나다. 인간은 신의 모습에 따라 창조되었고 따라서 신도 창자를 지녔거나, 아니면 신은 창자를 지니지 않았고 인간도 신을 닮지 않았거나.
고대 그노시스파 사람들도 다섯 살 적의 나처럼 이를 분명하게 느겼다. 이 저주받은 문제를 단칼에 해결하기 위해 2세기 그노시스파의 대스승 발랑텡은 예수는 "먹고 마시지만 절대 똥은 싸지 않는다."라고 단언했다는 것이다.
똥은 악의 문제보다 더욱 골치 아픈 신학 문제다. 신은 인간에게 자유를 주었으며 따라서 인류 범죄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점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똥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인간을 창조하신 신, 오직 신에게만 돌아간다.
5
키치란 본질적으로 똥에 대한 절대적 부정이다. 문자적 의미나 상징적 의미에서 그렇다. 키치는 자신의 시야에서 인간 존재가 지닌 것 중 보질적으로 수락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배제한다.
6
공산주의에 대한 사비나의 첫 번째 내면적 저항은 윤리적인 것이 아니라 미학적인 성격을 지녔다. 그녀에게 혐오감을 일으켰던 것은 공산주의 세계의 추함(마구간으로 개조한 성들) 보다는 공산주의가 뒤집어쓰고 있는 아름다움의 가면, 달리 말하자면 공산주의라는 키치였다.
7
십여 년 후 그녀는 이미 미국에 살고 있었다. 그녀는 친구의 친구인 미국 상원의원이 커다란 자동차로 그녀에게 관광을 시켜 주었다. 아이들 넷이 뒷자리에 끼여 앉아 있었다.
"저 애들을 봐요."
"내가 행복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저런 것입니다."
이 말은 달리는 어린아이, 부쩍부쩍 자라는 잔디밭을 보며 내뱉는 기쁨의 표현만이 아니라, 풀도 자라지 않고 아이들도 뛰지 않는다고 상원의원이 확신하는 공산주의 국가에서 온 여자에 대한 동정심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사비나는 프라하 광장의 연단에 서 있는 이 상원의원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의 얼굴은 공산주의 국가 사람들이 높은 연단에서, 그들의 발 아래로 행진하며 판에 박힌 듯한 미소를 짓는 시민들에게 보내는 것과 똑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8
상원의원이 자신의 주장을 옹호하기 위한 논거는 하나밖에 없다. 그의 감수성. 가슴이 말할 때 이성이 반박의 목청을 높이는 것은 예의에서 벗어난 것이다. 키치의 왕국에서는 가슴이 독재를 행사한다.
물론 키치가 유발한 느낌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키치는 유별난 짓을 할 수밖에 없다. 키치는 인간들의 기억 속에 깊이 뿌리내린 핵심 이미지에 호소한다. 배은망덕한 딸, 버림받은 아버지, 잔디밭 위를 뛰어가는 어린아이, 배신당한 조국, 첫사랑의 추억, 키치는 백발백중 감동의 눈물을 두 방울 흐르게 한다.
첫 번째 눈물은 이렇게 말한다. 잔디밭을 뛰억가는 어린아이, 저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두번째 눈물은 이렇게 말한다. 잔디밭을 뛰어가는 어린아이를 보고 모든 인류와 더불어 감동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키치가 키치다워지는것은 오로지 이 두 번째 눈물에 의해서다. 모든 인간 사이의 유대감은 오로지 이 키치 위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9
이런 것을 정치인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근처에 카메라가 있으면 그들은 눈에 띄는 첫번째 아이에게 달려가 그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려뺨에 키스한다. 키치는 모든 정치인, 모든 정치 행위의 미학적 이상이다.
- 내가 전체주의라고 표현한 까닭은 키치를 훼손하는 모든 삶으로부터 추방당하기 때문이다.
11
전체주의적인 키치 왕국에서 대답은 미리 주어져 있으며, 모든 새로운 질문은 배제된다. 따라서 전체주의 키치의 진정한 적대자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인 셈이다. 질문이란 이면에 숨은 것을 볼 수 있도록 무대장치의 화폭을 찌즌 칼과 같은 것이다. 사비나가 테레자에게 자기 그림의 의미를 이런식으로 설명했다. 앞은 이해 가능한 거짓말이고 그 뒤로 가야 이해 불가능한 진실이 투명하게 드러난다.
그녀는 격분해서 대답했다. "나의 적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키치예요!"
그 후 그녀는 자기 약력을 이매모호한 문구로 감쌌고 미국에 와서는 드디어 자기가 체코인이라는사실조차 감추는 데 성공했다. 사람들이 그녀의 삶을 가지고 만들어 내려고 했던 키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처절히 노력해야만 했다.
12
- 키치는 거짓말로 인식되는 순간, 비-키치의 맥락에 자리 잡는다. 권위를 상실한 키치는 모든 인간의 약점처럼 감동적인 것이 된다. 왜냐하면 우리 중 그 누구도 초인이 아니며 키치로부터 완전하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키치를 경멸해도 키치는 인간 조건의 한 부분이다.
13
키치의 원천은 존재에 대한 확고부동한 동의다.
하지만 존재의 근거는 어떤 것일까? 힌? 인류? 투쟁? 사랑? 남자? 여자?
여기에 대해선 다양한 각양각색의 의견이 있으며 또한 각양각색의 키치도 있게 마련이다. 카톨릭 키치. 기독교 키치. 유대힌 키치, 공산주의 키치. 파시스트 키치. 페미니스트 키치. 유럽 키치. 미국 키치. 민족주의 키치. 국제주의 키치.
-좌익 인사를 좌익 인사답게 만드는 것은 이런저런 이론이 아니라 어떤 이론이라도 대장정이라 불리는 키치 속에 통합하는 능력인 것이다.
16
체면을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은 자기 자신이 키치가 지닌 순수성에 추실해야만 한다.
22
프란츠의 이러한 돌연한 욕망에 우리는 뭔가 떠오른다. 그렇다. 인간 존재의 극과 극이 거의 닿을 정도로 서로 가까워져 고상한 것과 천한 것, 천사와 파리, 신과 똥 사이에 더 이상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되는 꼴을 차마 보지 못하여 고압 전류가 흐르는 철조망에 달려가 매달린 스탈린의 아들이 떠오르는 것이다.
대장정의 영광이 행진하는 사람들의 코믹한 허영심으로 축소되고, 유럽 역사의 장대한 소란이 무한한 침묵 속으로 실종되어 역사와 침묵 같에 더 이상 아무런 차이점도 없게 되는 것을 프란츠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대장정이 똥보다 더 무겁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천칭에 자기 목숨까지도 기꺼이 올려놓았을 것이다.
23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을 도와주는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어떤 시선을 받으며 살고 싶어 하는지에 따라 네 범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는 익명이 무수한 시선, 달리 말하자면 대중의 시선을 추구한다.
두번째는 다수의 친한 사람들의 시선 없이는 살 수없는 사람들이 속한다.- 첫번째 범주의 사람들보다 행복하다.
세번째는 사랑하는 사람의 시선 속에서 사는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이들의 조건은 첫번째 그룹에 속한 사람들의 조건만큼이나 위험천만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이 감기면 무대는 칠흙에 빠질 것이다. 테레자와 토마시를 이런 사람들 속에 분류해야 한다.
네번째 부재하는 상상적 시선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이에 속한다. 이들은 몽상가이다. 예를 들면 프란츠가 그렇다 그가 캄보디아 국경까지 간 것은 오로지 사비나 때문이다. 버스가 태국의 도로에서 덜컹거릴 때, 그는 그녀의 시선이 오랫동안 그에게 고정되었다고 느낀다.
- 아들 시몽- 그가 바라는 것은 한 가지 뿐이었다. 토마시가 그의 삶에 시선을 보내는 것.
24
"자신이 한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을 벌주는 것은 야만적인 짓이다. " -토마시.
예수의 말"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하는 짓을 알지 못합니다."
28
프란츠는 의도적으로 죽음을 추구했던 것이다. 죽기 전 고통에 빠져 있던 마지막 나날 동안 어 이상 거짓말할 필요가 없었던 그는 오직 그녀만을 보고자 했다. 그는 말은 할 수 없었지만 시선만으로도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의 누은 마리클로드에게 용서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를 용서했다.
7부
카레닌이 미소
2
신은 인간에게 동물 위에 군림할 권한을 주었으나, 그 권한이란 단지 빌려 준것에 불과하다고 설명될 수도 있다. 인간은 이 행성의 주인이 아닌라 단지 경영인에 불과하고 어느 날엔가 경영 결산을 해야만 할 것이다. 데카르트는 한술 더 떴다. 그는 인간을 '자연의 주인이자 소유자'로 만들었다.
4
테레자는 자기 자신이나 토마시 그 누구도 비난하고 싶지 않았고 그들이 서로를 더 사랑할 수 있다고 단언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에게 남자와 여자 사이의 사랑은 (적어도 여려 형태 중에서 최상이 경우라도) 본질적으로 개와 인간 사이의 사랑보다 열등하게 창조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인간 역사의 이러한 기형태는 아마도 조물주가 계획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랑이다. 테레자는 카레닌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사랑조차 강요하지 않는다.
-사랑을 의심하고 저울질하고 탐색하고 검토하는 이런 모든 의문은 사랑을 그 싹부터 파괴할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가 사랑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아무런 요구 없이 타인에게 다가가 단지 그의 존재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엇(사랑)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다른 것도 있다. 테레자는 카레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그를 자신의 모습에 따라 바꾸려 들지 않았다. 아예 처음부터 그가 지닌 개의 우주를 수락했고 그것을 압수하고 싶지 않았으며 그의 은밀한 성향에 대해 질투심도 느끼지도 않았다. 그녀가 개를 키운 것은 그를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남편이 부인을, 그리고 여자가 남자를 바꾸고 싶어 하는 것처럼)단지 서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함게 살 수 있도록 그에게 기본적인 언어를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개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자발적 사랑이다.
-카레닌이 개가 아니라 인간이었다면 틀림없이 테레자에게 오래전에 이랬을 것이다. "이봐 매일같이 입에 크루아상을 물고 다니는 게 이제 재미없어, 뭔가 다른 거을 찾아 줄 수 있겠어?"이 말에는 인간에 대한 모든 심판이 담겨 있다.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간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라고 테라자는 생각한다.
6
슬픔이란 우리가 무엇인가를 안다는것을 상정한다.
7
그녀는 그가 자기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고 속으로 향상 그를 비난했다. 그녀에 대한 그의 사랑에는 조금도 흠잡을데가 없지만, 그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단순한 자만심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이제 그녀는 자기가 얼마나 부당했는지 깨달았다. 그녀가 진정으로 토마시를 많이 사랑했다면 그와 함께 외국에 남아야 했다. 거기서라면 토마시는 행복했을 테고, 새로운 인생이 열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그를 떠났고 그곳을 떠났던 것이다. 물론 그녀는 그에게 짐이 되지않기 위해 사랑의 감정으로 그렇게 행동했다고 확신했더랬다.
이곳까지 다 읽은 분 있다면
시간날 때 다시 한 번 더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렇게 타이핑 해 놓고 시간 날때마다 나도 읽는 편이다.
놀라운 건 좋은 문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맛이 난다.
내가 그만큼 달라져 있다는 얘기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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