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이 다하는 곳까지가 바다이다
내가 속에서
그 사람의 숨결이 닿는 데까지가
그 사람이다
아니 그 사람이 그리워하는 사람까지가
그 사람이다
오 그리운 푸른 하늘 속의 두 사람이여
- 고은
먼 것을 가까이 끌어당김이 그리움이다. 멀리 있는 당신을 쉬이 못 놓는 마음 한 자락, 이 안타까움, 이 속수무책, 이 하염없음이 그리움이다. 그리움의 질료가 공(空), 부재, 무(無)라면, 그 실체적 진실은 헛것 보기다. 가슴에 붉은 모란 움처럼 돋은 그리움으로 터질 듯 벅찬 바 있으니, 그것 한 점 없이 사는 것만큼 팍팍한 삶이 또 있으랴! 그리움은 오후의 홍차에 넣은 꿀 한 방울 같은 것. 그리움은 본디 부재와 상실을 이상화할 때 생기는 달콤한 감정이다. 나와 너 사이, 여기와 저기 사이, 시공의 감미로운 간격에서 생겨나는 것이니, 거리가 없으면 그리움도 없다. 바로 옆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은 착란이다. 물결이 다하는 곳까지 바다이듯 그 사람의 숨결이 닿는 데까지 그 사람이다. 그 사람이 그리워하는 사람까지가 그 사람이다. <장석주·시인>
어딘가에 궁금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읽지 못했으나 책상 위에 얹어둔 책처럼
든든한 일이다
읽고 싶은 책,
읽지 못한 책이 늘어간다
신간 앞에서 베스트셀러 앞에서
이미 고인이 된 사람까지 소급해올 수 있는
책앞에서
손만 내밀면 가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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