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내 장으로 멸치를 팔러 간
어머니는 오지 않았다.
미루나무 잎들은 사정없이 흔들리고
얇은 냄비에선 곤두박질치며
물이 끓었다.
동생들은 들마루 끝 까무룩 잠들고
1군 사령부 수송대 트럭들이
저녁 냇물 건져 차를 닦고 기름을 빼고
줄불 길게 밝히며
어머니 돌아오실
북쪽 길 거슬러 달려 가고 있었다.
경기도 어딘가로 떠난 아버지는 소식 끊기고
이름 지울 수 없는 까마득함들을
뚝뚝 떼어 넣으며 수제비를 긇였다.
어둠이 하늘 끝자락 길게 끌어
허기처럼 몸을 덮으며 내려오고 있었다.
국물이 말갛게 우러나던 우리들의 기다림
함지박 가득 반짝이는 어둠을 이고
쓰러질 듯 문 들어설 어머니 마른 멸치 냄새가
부엌 바닥을 눅눅히 고이곤 하였다.
- 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