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두고 마음만 사랑할 수 있을까
널 사랑한 게 아니라 네 마음을 사랑했다고
가을도 다 지난 산언덕
가끔 지는
가랑잎
널 보내고 네 마음 다시 그립다고
먼 파도소리처럼 살 비비는 가랑잎 와
오백 년 그 너머 歌人(가인)에게
말해줘도
좋을까
-홍성란
사랑, 그 허무함에 대하여 말해도 괜찮을까.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말하기 전에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더라는 식 下手(하수)들의 사랑은 논외로 하자. 사랑하고 싶을 때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남년간의 사랑이라고 하면 아가페니 에로스니 하는 말장난을 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진실한 마음이 아닐까 싶다. 몸이 아니라도 정신이 아니라도 마음을 사랑하는 것이라면, 그처럼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할 수만 있다면 때와 장소, 시대가 무슨 필요가 있을까. ~중략
-오승철(시조시인)
사람을 두고 마음만 사랑할 있을까.
널 사랑한 게 아니라 네 마음을 사랑했다고...
네 마음을 사랑하고,
네 마음을 사랑하는
내마음에 취하고,
사랑이 모래시계처럼 빠져나가고
시간은
새싹이거나 낙엽이거나
한여름의 무성함이거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상고대가
뜨거운 시간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