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원에 등록했다 인도에서 수련하고 온 선생은 정갈한 수도승 같은 인상이다 옴 샨티 낮고도 맑은 목소리가 좋다 눈을 감고 마음을 바라보라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내겐 갖가지 생각이 떠오른다고 하자 차차 잡념을 버리게 될 거라며 웃는다 웃는 미간 사이에서 밝은 빛이 퍼져나가는 듯하다
며칠 후 지하철역에서 선생을 봤다 감색 요가복 대신 가죽점퍼에 청바지, 상투처럼 묶었던 머리칼을 풀어 내리고 있다 무언가에 짜증이 난 표정이다 그저 그렇다 평범하고 너무나 평범한 행인이다 화장이 진해서인지 그 빛나던 밝은 빛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그녀가 더 좋아진다
(…)
며칠 후 지하철역에서 선생을 봤다 감색 요가복 대신 가죽점퍼에 청바지, 상투처럼 묶었던 머리칼을 풀어 내리고 있다 무언가에 짜증이 난 표정이다 그저 그렇다 평범하고 너무나 평범한 행인이다 화장이 진해서인지 그 빛나던 밝은 빛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그녀가 더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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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듬(1969~ )
몸을 넘어 무념의 경지에 이르고 싶은가. 무엇이든 넘어가고 싶은가. ‘너머’의 세계에 대한 욕망은 현재를 결핍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 그러나 인간은 결코 ‘너머’를 넘어 무(無)결핍의 현존(現存)이 될 수 없다. 자아가 아무리 보초를 잘 서도 리비도(Libido)는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자아가 잠들면 꿈의 외피를 쓰고 얼굴을 들이민다. 적절히 “잡스러워”지는 것도 지혜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까지가 ‘적절한’ 것인가.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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