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퍼붓던 비가 오후5시 넘어서 그쳤다.
어릴때 이런 시간엔 제일 먼저 불어난 도랑물을 보러 갔었다.
덕분에 나는 말갛게 세수한 것 같은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참깨 밭에 참깨가 날마다 쑥쑥이다.
달맞이꽃은 낮에는 이러고 있다가 달이 뜨면 꽃잎이 열린다
달이 구름속으로 들어가 있어도 꽃잎을 닫지 않고 기다려 준다
흐려서 달빛이 없는 밤에는 열리지 않는데
놀랍게도 가로등 아래 꽃잎은 열린다
달맞이는 어둠속의 빛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다.
개망초를 꺽어다 꽂아 두면 첫 날은 괜찮은데
한 밤 자고나면 하얀 꽃잎들이 속절없이 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다시는 그런짓을 안하게 되었다.
보는 것으로 족할줄 알게 되었다.
며느리 밑씻개, 어릴적 따 먹기도 했던 삼삼한 맛이 나는 풀이다.
황대권 선생님이 바짓가랭이든 어디든 잘 달라붙어서 귀찮은 풀이라고 했던 ...
다알리아와 비슷한 이 꽃은 무슨꽃인지
옛날 제기가 귀하던 시절 여름날이면 다알리아 꽃을 꺽어서 제기 차기를 하기도 했었다
어릴적 바램이 어른이 되면 꽃을 가득 심은 마당을 갖고 싶었는데
아파트 생활이다 보니 난화분만 종류대로 엄첨 많이 돌보고 있다.
문성생태공원이다.
아파트에서 십분 거리고, 논길로 돌면 십오분 쯤이다.
매일 산책 나오는데 연꽃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꽃은 비온 뒤 가장 싱그럽고 아름답다
그러니까 오늘 처럼 비가 그친 다음이 사진 찍기에 적기라는 얘기다. .
휴대폰이라 만족도는 떨어지지만 그래도 놓칠 수 없는 순간이라 담아봤다.
물방울까지 한몫하고 있는 순간이다.
물방울 송송한 연잎을 흔들어보고 싶은 장난기도 없어졌고
보는 것으로도 족한 어른이 되었다.
하늘과 바람과 비와 꽃이 만들어낸 순간들
우리 사는 순간 순간의 모습도 이런 잠시 머무는 물방울의 찰나같은 시간들이 연속일게다.
'호반의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야외 무대다
어젯밤에는 이곳과 공원 입구 여우광장 두곳에서 공연이 있었다.
공원에 음악이 흐르면 야외 카페같은 분위기가 된다.
셀카를 찍을까
검색하고 있을까
게임하고 있을까
언제 어디서든 폰 하나면 혼자서도 놀수 있는 세상이다.
그래서 외롭지 않는 세상같기도 하고
그래서 외로운 세상 같기도 하다.
어젯밤 풍경이다.
생태공원 입구 여우광장에서는 70,80 라이브 무대가 있었다.
음악만큼 세대차이가 나는 장르도 없을 것이다.
어쩌다 아이들과 드라이브 할때 아이가 듣는 곡을 공유해 보면
친근하게 느껴지기 보다는
주파수를 교란시키는 것 같은 음색때문에 거부감이 먼저 든다.
듣고는 있는 데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듣는 것도 친해지기 어렵게 만든다
일부러 못알아 듣게 만드는 것인지.
음악이 친절할 필요까지야 없지만
그래도 그렇게 불친절해야 한단 말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한쪽은 백련이고 한쪽은 홍련이다.
아마도 삼년 정도면 생태공원은 남은 수면은 연꽃차지가 될 것 같다.
번식력이 얼마나 좋은지 매년 놀랍도록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모내기 끝낸지 얼마나 되었다고 벼도 쑥쑥이다.
떨어진 빗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갈 것이고
내리다 잠시 머물러 있는 물방울들은
비의 또 다른 아름다운 순간같다.
언제나 아름다운것도 아름답지 않은 것도 없지만
다만 그때 그것은 전부가 아니리라
물방울 같은 순간, 잠시 멈추고 싶었던 순간들 덕분에
그 남은 시간은 또 다른 시간이 될 것이다.
아름다운 건 곧 떠나야 하는 것들 같고 사라지는 것들 같다.
동네 한바퀴 돌아왔는데 속까지 말개진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