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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에 꽃이 피었구만
생색 좀 낸답시고 한 마디 하면
마누라가 하는 말이 있어야
선인장이 꽃을 피운 건
그것이 지금 죽을 지경이란 거유
살붙이래도 남겨둬야 하니까 죽기살기로 꽃 피운 거유
아이고 아이고 고뿔 걸렸구만
이러다 죽겠다고 한 마디 하면
마누라가 하는 말이 있어야
엄살 좀 그만 피워유
꽃 피겠슈
그러다 꽃 피겠슈
봐야 사는 게 참, 참말로 꽃 같아야
- 박제영(1966~ )
“자연 속에서 모든 죽음은 동시에 탄생이며, 정확히 말해 죽음 속에서 삶은 그 절정에 도달하게 된다.”(J 피히테) “죽을 지경”에 피는 꽃은 죽음을 새로운 생으로 바꿔 놓으려는 리비도(libido)의 지난한 몸짓을 보여 준다. 고통의 생애를 “참말로 꽃 같아야”라고 말하는 것은, 고통을 뛰어넘는 해학의 힘을 보여 준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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