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구름나그네
아침을 달렸다
네게로 가는 길이 아니었는데
너는 따라 왔다
저는 붉지도 않은 해가
주변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제한속도를 모르진 않았지만
제한할 수 없는 속도로 달리기도 했다
반 바퀴를 돌거나 한 바퀴는 모자라는
유턴이 아닌 길도 있었다
그래야 그곳에 갈 수 있었다
모든 길이 너에게 가는 길이었다
2017,3,19
그랬다지요/김용택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 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 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삶은 날마다 우리를 네거리 복판에 내다 세운다
하나의 길을 선택해 걷다 보면, 맙소사, 원하던 길이 아니다.
잘 못 든 길이어도 가슴 졸이지 말라.
멀리 돌고 돌아도 널리 통한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에게선 사람 냄새가 난다.
가끔은 큰 자루처럼 넉넉하고 느슨하게 살자.
들일을 하는 아낙도 쉴 참에는 질끈 동여맨 허리끈을 잠시 풀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