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정동진 역

구름뜰 2017. 3. 17. 07:40

해안선을 잡아 넣고 끓이는

라면집은 없었지만

파도를 의자에 앉혀놓고~

해와 달을 불러놓고~

 



정동진 역


겨울이 다른 곳보다 일찍 도착하는 바닷가

그 마을에 가면

정동진 이라는 억새꽃 같은 간이역이 있다

계절마다 쓸쓸한 꽃들과 벤치를 내려놓고

가끔 두칸 열차 가득

조개껍질이 되어버린 몸들을 싣고 떠나는 역

여기에는 혼자 뒹굴기에 좋은 모래사장이 있고

해안선을 잡아넣고 끓이는 라면집과

파도를 의자에 앉혀놓고

잔을 주고받기 좋은 소주집이 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외로운 방들 위에 영롱한 불빛을 다는

아름다운 천정도 볼 수 있다.

강릉에서 20분, 7번 국도를 따라가면

바닷바람에 철로 쪽으로 휘어진 소나무 한그루와

푸른 깃발로 열차를 세우는 역사

같은 그녀를 만날 수 있다

-김영남


 


 



어제 시 수업 자료에 '정동진 역'이 있었다.

수업 끝나고 제주로 출장간 시인이 아침에 밴드에 올린 제주 풍경이다.


위 시 '정동진 역' 자료에는 이런 주석이 달려 있었다.


시의 생산 과정을 본인에게 들을 수 있었다.

'모래시계' 촬영장 경치가 아름다워 알려졌다.

'알려지지 않은 곳' '가볼만한 곳' 기사가 나와 김영남은 기사를 읽고 시를 썼다

물론 가본적은 없다. 신문기사 한 쪼가리를 유심히 읽고

관찰력 시인 타이틀을 붙여주었다.

세계 명작 중 신문기사를 읽고 모티브로 해서 쓴 것이 많다

텔레비젼, 영화든, 관찰의 안테나를 세우고 유심히 보면

시의 제재가 나온다, 모든 사물, 생명체가 시가 될 수 있기에

시는 열려있는 총체다

어떤 인접 예술과도 교배할 수 있다.




* 교배라는 단어가 반짝인다.

어떤 인접 예술과도 교배가 가능한 시

시를 쓴다는 건, 생각을 언어라는 도구로 전달하는 것이고

실재적인 경험, 신선하고 강렬한 것을 이미지로 동원하여 감각하고

지각하며 묘사 비유해 내는 것이다.

즉 관념을 육화시키는 것이다.

육화란 구체화를 의미한다.

시는 은유여야 한다 은유는 어렵다.

직유(같은 이나 처럼)은 그것 밖에 방법이 없을 때 쓰야 한다.

오감을 다 가져와서 쓰야 한다.


나뭇잎을 생각해 보자

나뭇잎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은데

다른 걸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고무신을 가져와 보자

'나무에 걸린 흰 고무신'이라고 해 보자


시 쓰는 방법은 떠오르는 대로 한껏 쓰고

최고를 선택하라(논리적 연결성)


물고기 구하는 거와 같다

읽어라 상상 다르게 하라

시적 소재 발견

한참 자세히 오래 보아야 가능하다.


*송재학 시인은 치과의사인데 독서실에 가서 하루에 두시간씩 쓰고 읽고

시를 위한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자신의 시적 공간을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 같다.

시수업이나 시인을 만나서 한참 얘기하고 나면 시적 공간감 같은 것이 생겼다가

일상으로 돌아오면 여운이야 남지만 그걸 또 금방 잊는다.

그런 모드를 유지해가는 것이 시인에게 필요하다는 얘기인데,

그게 내면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실재적인 공간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 같다. 

어제 가진 수업이라 주저리 주저리 기억나는 것들을 메모해 보았다.

돌아보면 이런 시간도 공간으로 남을 것이란 기대를 해보면서...

2017, 3,17 이른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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