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을 잡아 넣고 끓이는
라면집은 없었지만
파도를 의자에 앉혀놓고~
해와 달을 불러놓고~
정동진 역
겨울이 다른 곳보다 일찍 도착하는 바닷가
그 마을에 가면
정동진 이라는 억새꽃 같은 간이역이 있다
계절마다 쓸쓸한 꽃들과 벤치를 내려놓고
가끔 두칸 열차 가득
조개껍질이 되어버린 몸들을 싣고 떠나는 역
여기에는 혼자 뒹굴기에 좋은 모래사장이 있고
해안선을 잡아넣고 끓이는 라면집과
파도를 의자에 앉혀놓고
잔을 주고받기 좋은 소주집이 있다
그리고 밤이 되면
외로운 방들 위에 영롱한 불빛을 다는
아름다운 천정도 볼 수 있다.
강릉에서 20분, 7번 국도를 따라가면
바닷바람에 철로 쪽으로 휘어진 소나무 한그루와
푸른 깃발로 열차를 세우는 역사
같은 그녀를 만날 수 있다
-김영남
어제 시 수업 자료에 '정동진 역'이 있었다.
수업 끝나고 제주로 출장간 시인이 아침에 밴드에 올린 제주 풍경이다.
위 시 '정동진 역' 자료에는 이런 주석이 달려 있었다.
시의 생산 과정을 본인에게 들을 수 있었다.
'모래시계' 촬영장 경치가 아름다워 알려졌다.
'알려지지 않은 곳' '가볼만한 곳' 기사가 나와 김영남은 기사를 읽고 시를 썼다
물론 가본적은 없다. 신문기사 한 쪼가리를 유심히 읽고
관찰력 시인 타이틀을 붙여주었다.
세계 명작 중 신문기사를 읽고 모티브로 해서 쓴 것이 많다
텔레비젼, 영화든, 관찰의 안테나를 세우고 유심히 보면
시의 제재가 나온다, 모든 사물, 생명체가 시가 될 수 있기에
시는 열려있는 총체다
어떤 인접 예술과도 교배할 수 있다.
* 교배라는 단어가 반짝인다.
어떤 인접 예술과도 교배가 가능한 시
시를 쓴다는 건, 생각을 언어라는 도구로 전달하는 것이고
실재적인 경험, 신선하고 강렬한 것을 이미지로 동원하여 감각하고
지각하며 묘사 비유해 내는 것이다.
즉 관념을 육화시키는 것이다.
육화란 구체화를 의미한다.
시는 은유여야 한다 은유는 어렵다.
직유(같은 이나 처럼)은 그것 밖에 방법이 없을 때 쓰야 한다.
오감을 다 가져와서 쓰야 한다.
나뭇잎을 생각해 보자
나뭇잎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은데
다른 걸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고무신을 가져와 보자
'나무에 걸린 흰 고무신'이라고 해 보자
시 쓰는 방법은 떠오르는 대로 한껏 쓰고
최고를 선택하라(논리적 연결성)
물고기 구하는 거와 같다
읽어라 상상 다르게 하라
시적 소재 발견
한참 자세히 오래 보아야 가능하다.
*송재학 시인은 치과의사인데 독서실에 가서 하루에 두시간씩 쓰고 읽고
시를 위한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자신의 시적 공간을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 같다.
시수업이나 시인을 만나서 한참 얘기하고 나면 시적 공간감 같은 것이 생겼다가
일상으로 돌아오면 여운이야 남지만 그걸 또 금방 잊는다.
그런 모드를 유지해가는 것이 시인에게 필요하다는 얘기인데,
그게 내면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실재적인 공간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 같다.
어제 가진 수업이라 주저리 주저리 기억나는 것들을 메모해 보았다.
돌아보면 이런 시간도 공간으로 남을 것이란 기대를 해보면서...
2017, 3,17 이른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