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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질문

구름뜰 2017. 4. 19. 08:55


TV토론은 유세에선 알기 힘든 대선후보들 문제점 노출
상황 위중한 만큼 상호토론 꼼꼼이 따져보고 투표하자

 


 

혜민 스님마음치유학교


지난주 있었던 19대 대선후보 첫 번째 토론회를 아주 관심 있게 봤다. 나를 포함해 정치에 관한 지식이 깊지 않은 사람들은 대통령 후보들이 언론에 잠깐씩 비치는 단편적 뉴스들을 바탕으로 대략 이런 사람이지 않을까 예상할 뿐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능력을 갖고 있고, 진짜 성격이 어떤지 솔직히 잘 모른다. 혹여 운이 좋아 대선후보를 직접 만나 공약에 대한 질의응답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분야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의 답변이 얼마나 실현 가능한지 혹은 어떤 부분을 뭉뚱그려 넘어가는지 쉽게 평가할 수 없다.
 
그런데 대선후보 토론회가 흥미로운 점은 바로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당사자들이 서로에게 송곳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정치에 대해 잘 모르는 이라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후보 유세장에서는 듣기 힘든, 그 후보가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 숨은 사실까지 알아챌 수 있게 된다. 지난주 대선후보 토론회를 보고 각 후보가 상대를 향해 던진 송곳 질문들로 인해 내가 그동안 미처 몰랐던 부분 몇 가지를 정리해 보려 한다.

 
[일러스트=김회룡]

[일러스트=김회룡]


우선 지지율이 가장 높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부터 이야기해 보면 지금까지 내놓은 여러 복지정책과 일자리 창출 관련 공약들을 어떤 재원으로 실행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연속되는 송곳 질문에 문 후보는 명쾌한 입장 표명보다 고소득자와 법인세 인상에 대한 짧은 언급만 했을 뿐 구체성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81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5년 동안 총 21조원이 드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며, 국민연금 현 40%의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공약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자칫하면 공약만 내세우고 당선되면 모르쇠로 일관해 온 기존의 정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보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경우 ‘경제는 서민을 위하고 안보는 튼튼하게’라는 말에서 보듯 다소 보수적 안보관을 표방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당선되면 국민의당 측근 인사들의 햇볕정책을 계승할 것인지에 대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질문에 안 후보는 북과 대화를 병행한다는 말로 얼버무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불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해 찬성 쪽으로 최근 말을 바꾼 것은 보수층의 표를 의식해 그런 게 아니냐는 비판에 최근 외교상황이 달라져서라는 답을 했다.
 
하지만 북한의 5차 핵실험을 마친 지난해 가을이나 지금이나 외교상황은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심 후보의 말처럼 바뀐 것이 있다면 지금은 선거기간 중이란 점과 안 후보는 더 많은 보수표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틀린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놀라운 점은 그가 뼛속까지 서민 출신, 흑수저 출신, 모래시계 검사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문 후보의 질문처럼 어떻게 그런 분이 노조를 탄압하고 대기업 편을 주로 드는 정책들을 내놓는지 누가 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또한 유 후보에 따르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대법원 재판에서 만에 하나라도 홍 후보의 유죄가 확정되면 대통령 임기가 정지될 것이라는 헌법학자들의 견해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새로 뽑은 대통령이 혹시라도 도중에 임기를 그만둬야 한다면 큰 문제가 아니겠는가.
 
마지막으로 유승민·심상정 후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두 후보가 안보에 대해선 매우 다른 입장이지만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비슷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방향이 같고 대기업 법인세를 비롯한 고소득자의 증세를 통한 복지를 하겠다고 두 분 다 명확하게 천명했다. 그렇다면 유 후보는 본인을 꼭 보수 대 진보의 프레임 안에 넣어 ‘진짜 보수’라고 가두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실제로는 진보적 경제공약이 많으면서 보수층의 표를 의식해 자신을 보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 후보는 유 후보의 말처럼 북한이 1000개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모두 핵을 장착해 쏠 수 없기 때문에 몇 개의 핵 미사일을 사드를 통해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다면 막는 게 국익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사드는 북핵 미사일을 못 막는다고 단정적으로 주장했다. 그렇다면 심 후보는 왜 또 굳이 사드의 포괄적 역량 평가를 하자고 하는지 의문이 든다. 사드가 북핵 미사일을 막을 수 없는 것이 정말로 확실하다면 말이다.
 
오늘 밤은 KBS에서, 그리고 금요일 밤에는 JTBC에서 대통령 후보들 간의 토론회가 방송된다고 한다. 지금 상황이 너무 위중한 만큼 꼼꼼히 따져 보고 투표를 했으면 좋겠다.
 -혜민 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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