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무릎을 잊어버리다

구름뜰 2017. 4. 29. 07:48






한동안 무릎이 시큰거리고 아파서, 내게 각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아침 산책 몇달만에 아프지 않게 되자 쉽게 잊혀졌다.


어머니는 모시고 사는 우리 부부에게 무관심하고 무뚝뚝하시다. 때로는 잘 삐치시고 짜증까지 내신다. 어머니 보시기에, 우리가 아프지 않은 탓일게다. 아직도 삼시 세 끼를 꼭 챙겨드려야 마지못한 듯 드신다. 어쩌다 외출이 길어져 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그때까지 밥을 굶으시며 아주 시위를 하신다. 어머니는 우리 부부에게 아픈 무릎이다. 그런 어머니에게 안 깨물어도 아픈 손가락이 있다.


아우는 마흔이 넘도록 대척지인 아르헨티나로 멕시코로 홀로 떠돌아다니며 아프다. 아우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각별하시다. 아우는 어머니의 아픈 무릎이다.

-엄원태



*  보이는 것 (그게 사랑 질투 증오를 넘어 이기심까지도) 너머를 보게 되면(그게 결코 그냥 보이는 일은 아니지만) 그냥 이해되는 시점이 있다. 이해는 오해와 곡해하는 마음을 넘어선 자리다. 그건  나와 다르지 않은 한 대상을 보는 일이다. 내 자리만 보아서 생기는 주장에서, 상대편 자리에도 서 보는 일이다. 아픈 무릎은 누구에게나 있다 화자의 어머니에 대한 이해가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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