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배나무 잔가지마다
물방울들 별무리처럼 맺혔다
맺혀 반짝이다가
미풍에도 하염없이 글썽인다
누군가 아그배 밑동을 툭, 차면
한꺼번에 쟁강쟁강 소리내며
부스러져 내릴 것만 같다
저 글썽거리는 것들에는
여지없는 유리 우주가 들어있다
나는 저기서 표면장력처럼 널 만났다
하지만 너는
저 가지 끝끝마다 매달려
하염없이 글썽거리고 있다
언제까지고 글썽일 수밖에 없구나, 너는, 하면서
물방울에 가까이 다가가 보면
저안에 이미 알알이
수많은 내가 거꾸로 매달려 있다
ㅡ엄원태
꿈을 꾸었다
내집 내방에서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나는 꿈
흉기 든 도둑 앞에 선것 같이
나는 당황해서
그 상황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나보다
내가 걱정하는 사람이
조용히 도둑을 제압하는 것
같은 꿈이었다.
그때.
내가 느낀 불안은 무엇이었을까?
이국땅에서 집걱정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사람 걱정을 하고 있는 건지.
두 번째 날이 밝고
나는 무언지 모를 걱정속에 있다.
201년 5월 2일 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