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수레국화

구름뜰 2017. 7. 22. 16:22





오늘 이곳엔 한 사람만 빼고 다 왔습니다 

 

마당엔 옛 주인이 피운 꽃들 한창이네요 

파란 수레국화를 보셨나요 

그는 이제 올 수 없는 사람인지 

파란 색, 문득 빈자리의 빛깔 같습니다 

 

기억은 참 자주 밟히곤 합니다 

멀리 있는 음식을 집을 때 누군가 접시를 가까이 옮겨주었는데 

잠깐,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빛깔을 없는 곳에서 보았습니다 

 

오늘 이곳엔 한사람만 있습니다 

 

눈에 밟힌다는 말, 

밟는 사람이 더 아픈 이런 장면도 있네요 

잡담이나 웃음소리들이 겉도는 저 아래쪽은 축축한 그늘 

파란 수레, 

그 바퀴에 이미 추운 생이 감겨버린 듯 

감겨서 굴러간 듯 

 

오늘 이곳엔 나만 빼고 다 있습니다 

-이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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