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곳엔 한 사람만 빼고 다 왔습니다
마당엔 옛 주인이 피운 꽃들 한창이네요
파란 수레국화를 보셨나요
그는 이제 올 수 없는 사람인지
파란 색, 문득 빈자리의 빛깔 같습니다
기억은 참 자주 밟히곤 합니다
멀리 있는 음식을 집을 때 누군가 접시를 가까이 옮겨주었는데
잠깐,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빛깔을 없는 곳에서 보았습니다
오늘 이곳엔 한사람만 있습니다
눈에 밟힌다는 말,
밟는 사람이 더 아픈 이런 장면도 있네요
잡담이나 웃음소리들이 겉도는 저 아래쪽은 축축한 그늘
파란 수레,
그 바퀴에 이미 추운 생이 감겨버린 듯
감겨서 굴러간 듯
오늘 이곳엔 나만 빼고 다 있습니다
-이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