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구름뜰 2017. 7. 25. 20:07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는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







'시와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닥에서도 아름답게  (0) 2017.07.31
사평역에서  (0) 2017.07.28
해탈시 /서산대사   (0) 2017.07.25
수레국화   (0) 2017.07.22
아름다운 등불  (0) 2017.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