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해탈시 /서산대사

구름뜰 2017. 7. 25. 19:11



근심걱정 없는 사람 누구인고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구며

시기질투 없는 사람 누구든가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며

못 배웠다 주눅들지 말며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내 것도 아닌 것을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 마시오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있겠소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가진 것 많다 유세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 치지말며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오

줄 게 있으면 주어야지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오



 


잠시 잠깐 다니러온 세상

있고 없음으로 편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으로 평가하지 말며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나가세.

다 바람 같은 거라오.

뭘 그리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요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깊어도 비바람이라오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독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세상 다 바람이라오



 


그저 부질없는 욕심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 번 못 펴고

인생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 낫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 하늘도 있는 것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 게 있소.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지만은

잠시 대역연기 하는 것일 뿐

슬픈 표정 짓는다고 뭐 달라질 게 있소

기쁜 표정 짓는 다고

모든 게 다 기쁜 것은 아니오


 



내 인생, 내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게 다 사는 거라오.




 

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요 (生也一片浮雲起)

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스러짐이라 (死也一片浮雲滅)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浮雲自體本無實)

죽고 살고 가고 옴이 모두 그와 같은 것을... (生死去來亦如然)


 



눈길을 걸을 때 /서산대사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말라

오늘 내가 남기는 발자국은

뒤에 따라 오는 이가 이정표로 따를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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