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

구름뜰 2017. 8. 6. 06:16

 

 

시처럼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가슴을 저미며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눈물 없이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벌판을 지나

벌판 가득한 눈발 속 더 지나

가슴을 후벼파며 내게 오는 그대여

등에 기대어

흐느끼며 울고 싶은 그대여

 

눈보라 진눈깨비와 함께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쏟아지는 빗발과 함께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견딜 수 없을만치 고통스럽던 시간을 지나

시처럼 오지 않는 건

사랑이 아닌지도 몰라

-도종환

 

 

 

*배롱나무에 비는 내리고

 

메마르고 팍팍했던 시간들이

순하게 흘러갑니다

 

막히면 돌아가고

빈곳은 채우며 갑니다

 

강물도 황토빛으로 출렁입니다

 

배롱나무는 붉은 장미 같고

뜨겁게 핀 것들 부끄럽게 젖어 듭니다

 

말은 불편하고

나무는 나무가 아닌 것 같고

 

한 때 피었다 떠났거나

백일 동안

날마다 새 꽃을 피워내는 배롱나무나

모든 당신들 꽃입니다

 

어쩌자고 비도

비도 꽃을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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