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밑동을 안았는데
왜 우듬지가 먼저 기척을 하는지
언젠가 당신이 내 손을 잡았을 때
내게도 흔들리는 우듬지가 있음을 알았다
빠른 속도로 번지는 노을,
그 흥건한 물에 한철 밥 말아먹었다
너무 뜨겁거나 매웠지만
상처라도 좋아라 물집 터진 진물에서
박하 냄새 맡던 저녁,
내 속으로 한 함지 되새 떼 쏟아져 날았다
손 닿지 않는 곳에 뭘 두었니?
당신을 숨긴 우듬지엔 만질 수 없는 새소리만 남아
어느덧 말라버린 무화과 꼭지처럼,
살이 쏙 내린 잔 뼈로 이름만 얽어 놓은 그곳
닿을 수 없는
ㅡ이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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