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우듬지

구름뜰 2017. 8. 7. 22:48

 

나무 밑동을 안았는데

왜 우듬지가 먼저 기척을 하는지

언젠가 당신이 내 손을 잡았을 때

내게도 흔들리는 우듬지가 있음을 알았다

빠른 속도로 번지는 노을,

그 흥건한 물에 한철 밥 말아먹었다

너무 뜨겁거나 매웠지만

상처라도 좋아라 물집 터진 진물에서

박하 냄새 맡던 저녁,

내 속으로 한 함지 되새 떼 쏟아져 날았다

손 닿지 않는 곳에 뭘 두었니?

당신을 숨긴 우듬지엔 만질 수 없는 새소리만 남아

어느덧 말라버린 무화과 꼭지처럼,

살이 쏙 내린 잔 뼈로 이름만 얽어 놓은 그곳

닿을 수 없는

ㅡ이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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