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강우

구름뜰 2018. 5. 22. 16:18

 

조금 전까지는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을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 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괴가 다시 도졌나, 아니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한뼘 두뼘 어둠을 적시며 비가 온다,

 

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 거린다,

 

나는 풀이 죽는다,

 

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고,

 

ㅡ김춘수

 

비는 혼자 오지 않는다, 비는 냄새와 함께온다, 특히나 더울 때 비가 내리면 물큰한 냄새가 유난하다,비 때뭄에 공기는 무거워지고 여기에 섞여 풀 냄새 집 냄새도 더 해진다, 비와 함께 냄새가 찾아 올때면 생각나는 시가 있다,바로 김춘추의"강우"라는 작품이다, 사실 이 시는 비 이야기가 아니라 "아내" 이야기다,시인은 1944년에 혼인을 하고 아내와 오랜시간 부부의 정을 나누며 살았다, 시인의 아내는1999년까지 시인의 곁을 지켰는데 이 시는 아내와 사별한 이후에 발표된 작품이다, 물론이 시에 등장하는 "이사람"은 사별한 부인을 의미한다, 시는 넙치 지지미의 냄새로 시작된다 넙치 지지미라는 반찬은 평소 아내가 자주 하던 음식이었나 보다, 이 냄새를 맡자마자 아내가 밥상을 차렸나 하는 착각이 들었다,

 

그녀가 냄새를 타고 다시 돌아왔다고나 할까, 그렇지만 돌아봐도 아내는 없다, 모든것은 똑 같은데 아내만 없다, 이럴 때는 온 세상이 텅 비어 버린것만 같다, 노년에 시인은 텅빈집에서 망연하게 서 있다, 아내가 있어야 하는 곳에서 시인은 울고 싶은데 시인의 마음인 양 비가 퍼붓고 있다,아내를 잃고 나서 쓴 절절한 마음의 느껴지는 작품이다,절절함이 진해서인지 비가 오는날에는 시인의 아품이 담긴 이시가 매번 떠오른다,

-나민애(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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