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이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구름뜰 2018. 9. 18. 20:56

 



사람하나 만나고 싶다

푸르디 푸른 하늘에 한 점 구름 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운치 있다 하겠지만

외로운 하늘의 마음을 달래주는 한점 구름 같은 사람하나 만나고 싶다



진정한 만남은 상호간의 눈뜸(開眼)이다. 영혼의 진동이 없으면 그건 만남이 아니라 한때의 마주침이다. 그런 만남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끝없이 가꾸고 다스려야 한다.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먼저 나 자신이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친구란 내 부름에 대한 응답이기 때문이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도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야트막한 언덕 위에 한 그루 늙은 소나무 같은 사람하나 만나고 싶다

쓰러질 듯 서 있는 소나무가 무엇이 아름다울까마는

길떠나는 나그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는 한 그루 소나무 같은 사람하나 만나고 싶다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사람한테서 하늘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는가. 스스로 하늘 냄새를 지닌 사람만이 그런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권태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늘 함께 있으면서 부딪친다고 해서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발걸음이 빠르지만 경망스러워 보이지 않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발걸음이 느릴지라도 게을러 보이지 않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필단의연, 즉 획은 끊어져도 뜻은 이어진다라고 했었다

글은 끊기어도 마음은 이어지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벽안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다



창조적인 노력을 기울여 변화를 가져오지 않고, 그저 만날 비슷비슷하게 되풀이되는 습관적인 일상의 반복에서 삶에 녹이 스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해 가꾸고 다듬는 일도 무시될 수 없지만, 자신의 삶에 녹이 슬지 않도록 늘 깨어 있으면서 안으로 헤아리고 높이는 일에 보다 근본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마음을 깨치고 푸른 눈을 가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의 푸른 눈은 나를 깨우치고

그의 푸른 마음은 세상을 푸르게 하리라



생각과 영혼에 공감대가 없으면 인간관계가 투명하고 살뜰해질 수 없다. 따라서 공통적인 지적 관심사가 전제되어야 한다. 모처럼 친구끼리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공통적인 지적 관심사가 없기 때문에 만남 자체가 빛을 잃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가슴속에 의젓한 심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의 의젓한 심지는 속 좁은 나를 꾸짖고

애써 천박함에 웃음 짖지 않는 그런 의연함이 깃든 사람을 만나고 싶다



끊임없이 탐구하는 사람만이 지적 관심사를 지닐 수 있다. 사람은 저마다 따로따로 자기 세계를 가꾸면서도 공유하는 만남이 있어야 한다. 칼릴 지브란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 가락에 떨면서도 따로 따로 떨어져 있는 거문고 줄처럼' 그런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나의 부족한 표현력을 아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는 나의 말없음을 단지 화난 것이라 여기지 않고

내 표현의 부족함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생각하지 않으리라

정말 내 마음을 나같이 아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행복한 나무는 천천히 자란다'  중에서...

박철...





거문고 줄은 서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울리는 것이지, 함께 붙어 있으면 소리를 낼 수 없다. 공유하는 영역이 넓지 않을수록 깊고 진하고 두터워진다. 공유하는 영역이 너무 넓으면 다시 범속(凡俗)에 떨어진다.

법정스님 '오두막편지' 중에서



 




 
행복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절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생각이나 행동에 있어서 지나친 것은
행복을 침식한다. 사람끼리 만나는 일에도 이런 절제가 있어야 한다.
행복이란, 가슴속에 사랑을 채움으로써 오는 것이고,
신뢰와 희망으로부터 오고,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데서 움이 튼다.
    -법정스님의 오두막 편지 중에서



 
좌측 글은  박철의 '이런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이고

우측 글은 법정스님의 '오두막 편지'에 나오는 문장이다.

두 문장을 좌 우로 섞어 보아도 이렇게 잘 어울린다.

색은 다르지만 뜻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가까이 하고 싶은 것들은 내가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내 주변이 나와 닮아 있음도 이 때문이다.


가을 볕이 유독 뜨꺼운 날들이다.

하늘이 아름다운 날들이다.


마지막 들판을 위해 

햇살은 며칠은 더 뜨거울 것이고

우리의 살아가는 날들도 함께 눈부시리라..

2018,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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