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오래 심술궂던
꽃샘추위의 눈물인가
미안한 듯 서러운 듯
살금살금 내리는 봄비 속에
이제야 피었나 싶더니
어느새 총총 떠나는
아기 손톱 같은
벚꽃들
한 잎 두 잎
보도(步道)에 몸을 뉘여
오가는 이들의
황홀한 꽃길이나 되어 주며
말없이 점점이
열반(涅槃)에 들어
세상 한 모퉁이
환히 밝히고 있다.
행여 그 꽃잎 밟을까봐
조심조심 걸었네
부러워라
부러워라
뭇 사람들의 발길에
밟혀서도 가만히 웃는
저 작고 여린 것들의
순결한 마침표
* 정연복(鄭然福) :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