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벚꽃의 열반

구름뜰 2019. 4. 5. 09:02

 

 

 

 

꽤나 오래 심술궂던

꽃샘추위의 눈물인가

 

미안한 듯 서러운 듯

살금살금 내리는 봄비 속에

 

이제야 피었나 싶더니

어느새 총총 떠나는

 

아기 손톱 같은

벚꽃들

 

한 잎 두 잎

보도(步道)에 몸을 뉘여

 

오가는 이들의

황홀한 꽃길이나 되어 주며

 

말없이 점점이

열반(涅槃)에 들어

 

세상 한 모퉁이

환히 밝히고 있다.

 

행여 그 꽃잎 밟을까봐

조심조심 걸었네

 

부러워라

부러워라

 

뭇 사람들의 발길에

밟혀서도 가만히 웃는

 

저 작고 여린 것들의

순결한 마침표

 

* 정연복(鄭然福) : 1957년 서울 출생. pkom54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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