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종례시간

구름뜰 2019. 9. 8. 06:46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지 말고

코스모스 갸웃갸웃 얼굴 내밀며 손 흔들거든

너희도 코스모스에게 손 흔들어 주며 가거라

쉴 곳 만들어 주는 나무들

한 번씩 안아주고 가거라

머리털 하얗게 셀 때까지 아무도 벗해 주지 않던

강아지풀 말동무 해주다 가거라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

만질 수도 없고 향기도 나지 않는

공간에 빠져 있지 말고

구름이 하늘에다 그린 크고 넓은 화폭 옆에

너희가 좋아하는 짐승도 그려 넣고

바람이 해바라기에게 그러듯

과꽃 붓꽃에 입맞추다 가거라

 

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 방안에 갇혀 있지 말고

잘 자란 볏잎 머리칼도 쓰다듬다 가고

송사리 피라미 너희 발 간지리거든

너희도 개울물 허리에 간지럼 먹이다 가거라

잠자리처럼 양팔 날개하여

고추밭에서 노을지는 하늘 쪽을 향하여

날아가다 가거라

ㅡ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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