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탑·3

구름뜰 2020. 3. 19. 20:08

 

너는 저만치 가고

나는 여기 섰는데······

손 한번 흔들지 못한 채

돌아선 하늘과 땅

애모(愛慕)는

사리로 맺혀

푸른 돌로 굳어라.

ㅡ이영도(1916-1976)

- 석류 (1968.2)

 

황진이 이후의 멋진 여인이자 시인

 

1967년 2월 13일 저녁, 젊은 시절에 만난 정운 이영도를 평생 사랑해 5000여 통의 편지를 보낸 청마 유치환이 부산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정운의 이 시조는 청마에 대한 추모의 정을 읊은 것으로 보인다. 생활과 환경, 종교 등 그녀의 다양한 작품 세계에 대해 조남현 서울대 교수는 ‘현대시조는 이영도에 와서 확실하게 소재 확대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월하 이태극은 ‘정운은 황진이 이후의 멋진 여인이자 시인이었다’고 극찬했다. 청마가 남긴 시 한 편,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그리움(유치환)-

 

이 시도 3행을 조금만 손보면 시조가 된다.(유자효; 시인)

'시와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냉이 꽃 한송이도 제 속에서 거듭납니다  (0) 2020.04.14
수아  (0) 2020.03.26
산수유나무의 농사  (0) 2020.03.09
너에게 쓴다  (0) 2020.03.08
개화  (0) 2020.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