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살이 오르고 있다. 이맘 때 산은 자고 나면 큰 것 같고. 목욕시키고 나면 또 달라지는 뽀송뽀송한 신생아 같다. 고층이라 산이 발아래로 들어 온다. 봄 날 새순은노랑을 머금은 연두다. 연두에 내리는 비는 소리도 연하다. 보기만 해도 싱그럽다.
여름비는 소리가 먼저 온다. 난타처럼 한바탕 시원하고 질펀하게 무성한 낙엽에내린자. 가을비와 겨울비도 다르다, 겨울 나목에 내리는 비는 가지에 부딪치고 바닥에 떨어져 불협화음으로 내린다. 후두두두둑 후두두두둑.
가을 들판은 봄 산과는 반대다. 진 초록에서 연두로 연두에서 노랑으로 옅어지다가 더 이상 노랗게 될 수 없을 때에야 황금으로 바뀐다. 멀리서 봐도 수확기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상수리나무 아카시아나무 밤나무 등 별의 별 나무마다 연두가 핀다. 이 계절엔 입맛도 연두다. 쑥이나 머위 돌나물이 미각을 돋운다. 어릴적 그 봄맛이 나이 들수록 절기처럼 되살아난다.
산나물에는 까막눈인데 해마다 공수해주는 손길 덕분에 이맘때 꼭 맛보게 되는 게 다래순이다. 소금간과 조선간장으로 양념해봤는데 간장으로 한 것이 감칠맛이 더했다. 다래순도 아닌데 모든게 다래순 같은 봄산 샛노란 연두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