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대고 엿듣고 있다.
ㅡ박목월
윤사월하면 젤 먼저 떠오르는 시다. 윤사월이 있는 해다. 옛부터 윤달에는 이야기 거리가 많았다고 한다. 윤달 태생은 팔자가 사납다거나 그 달에는 결혼을 피하거나 생일이 없는 해도 있으므로 양력으로 맞는다는 얘기도 있다. 반면 수의를 마련하면 좋다는 설도 있다. 자주 오지 않으니 장수를 기원하는 뜻이지 않았나 싶다.
사월은 생일이 들어있는 달이다. 작은아이가 어버이날에 묻는걸 무람없이 윤사월 인줄도 모르고 덜렁 한달 뒤를 알려 주었다.
"야야, 낼모레가 니 생일인데 ..."
엄마만 기억하고 계셨다. 잘 지내느라 몰랐다고 날마다 생일같은 날들이니 건강만 하자며 통화를 마쳤다.
그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멀리 있는 친구가 문자를 보내 왔고. 나도 누굴 기념해 주는 일은 잘 못한다. 그때 그자리에만 집중하는 편이고 말도 마음도 그렇게 쓰는 편이다. 지나간 것이나 올 것에는 자유롭다 . 내가 돌봐야 할 어르신 일 외에 내 일에서는 되도록 미니멀해진다. 나이탓일까. 혼자로도 족한 날들이 늘어나고 있다.
박목월의 '윤사월' 은 고교시절 운율이 좋아서 저절로 외웠던 시다. 외딴 집과 눈 먼 처녀의 이미지가 선명하다. 해는 길고 윤사월처럼 님은 어쩌다도 오지 않았을 것 같아 적요만 깨어있는 그곳이 외로움으로 다가온다.
시골같은 주변환경 때문에 새소리가 알람보다 새벽을 먼저 알려준다 이맘때 뻐꾸기는 산속 첫울음의 주인공이다. 새벽 네시쯤되면 뻐꾸기는 잠을 깨는 듯하다. 그를 필두로 모든 새가 깨어난다. 합창도 불협화음도 아닌 소리속에는 저 건너 마을 닭 움음 소리도 들어 있다. 사람은 아직 잠들어있는 신 새벽 저들끼리의 합주임에는 분명한 듯하다
들꽃이 고개만 돌리면 지천이고 물든 논에는 모내기가 시작되고 있다 찰방찰방한 논길을 걷다보면 산그림자도 오고 어둠이 내려오면 개구리 세상이 된다. 목청은 최상이다. 소리로 존재하는 것들이 곳곳에서 우렁찬 때다.
윤사월!
잘 접어둔 시간을 잇듯이 내가 나를 위해 덤으로 쓰게된 것 같은 날들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