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드디어 썩어가는

구름뜰 2020. 11. 19. 10:17


목욕탕 거울을 보니
허리가 없어졌다
똥배를 밀어 넣으려고 애쓰다 그만 둔다
계단을 조금만 올라도
똥으로 가득찬 창자가 심장을 눌러
숨이 턱 막힌다

사람은 보통 1~3kg의 똥을
뱃속에 넣고 다닌다
변비 할 경우는 10kg까지도 간다
하느님도 너무하시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 뱃속에
구린내를 넣고 다니게 하시다니

늘어진 헌 푸대자루 삼겹살
자랑스럽게 사용했다고 할 수 없는
실수 투성이의 덜렁거리는 성기구
엉덩이에 가려진 지독한 폐수구
아첨과 불만으로 가득 찬
악취를 풍기며 썩어 가는
69kg 공광규.
ㅡ공광규

'시와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움  (0) 2021.04.19
죽은 나무  (0) 2021.04.08
애월  (0) 2020.11.17
단풍  (0) 2020.11.05
가을은  (0) 2020.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