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욕망에 대하여

구름뜰 2021. 1. 14. 07:40

고독은 혼자 있는 자의 심정이 아니라 욕망하지 않는 것과의 연결을 끊은 자가 확보한 자유다.”
어제 일자(1월 13일) 중앙일보 문장으로 읽는 책 ㅡ양성희 칼럼니스트가 쓴 신작 '은둔기계'(김홍중)에 관한 글의 마지막 문장이다.

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때 오타난 문장인 줄 알았다. 마지막 문장 (것과의 연결을 끊은)은 없어도 되는 비문으로 보였다. 왜 이렇게 비틀어 놓았을까! 그리고 몇 번 더 보고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끝내고 다시 되새김 한 뒤에야 해독이 가능했다.

나는 '욕망하지 않을 줄 아는 게' 고독을 선택하는 거라는 고정관념에 갇혀 있었다. 관계에서 내 사적욕망을 제한하는 것이 고독이고 선택한 자유라고, 그래서 욕망을(원하는 것)에 제한해 두었다.

원하지 않는 것도 욕망이라고 인식했던 이라면 위 문장을 단박에 이해했겠구나 그런 생각에까지 미쳤다. 그렇게 읽히고 보니 '연결을 끊고 싶었던 것들'이 내 안에서 확장되기 시작했다

전문가와 자본이 결합 난무하는 건강기능식품, 이미용용품들, 병원도 아닌 방송국에서 왜 그들이 흰가운을 입고 멀쩡하게 가만있는 일반인들을 소외시키는 데 일조하는지. 가히 작금의 채널은 건강을 볼모로 한 상품들의 르네상스 시대다. 약장사가 '만병통치약'을 팔던 세월도 아득해졌는데, 전문가를 앞세워 대 놓고 위협하는 세태다. 그들에게는 불편한 진실은 과연 없는지. 미디어까지 합세한 부동산, 주식도 만만찮다. 정치권이 앞장서고 종교지도자(종교에 지도자라는 말이 마뜩잖다)는 되려 선동자라고 여겨지는 코로나사태까지 중심을 잃어버려서 누군가 결정해 준다면 따라만 가고 싶은 사람들까지 합세하여 난리북새통이다.

그냥 좀 있으면 안 되나. 아무것도 안 하면 안 되나. 내 식생활은 내가 알아서 하면 안 되나. 전문가들이 전문적으로 난장질하는 것 같은 세상.

고구마 넝쿨처럼 불편했던 것들이 따라왔다. 비문이라 여겼던 '연결을 끊는다'는 문장이 홍수처럼 밀려오는 것들을 자를 줄 알라고. 그래야 확보한 고독이고 자유라고.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권고하는 '은둔기계' 저자의 사유가 그대로 전달되어 왔다.

책을 주문하려고 작가를 확인해 보니 김홍중 서울대사회학과 교수였다. 그런데 기사에는 김홍종으로 오타였다. 책 표지도 함께 실려서 김홍중(가운데 중자)으로 작가 성함이 있는 데도 종으로 실려있었다. 편집 잘못이거나 글쓴이 잘못이리라. 내가 비문이라 여긴 문장도 시간을 두고 다시 보는 동안도 한몫했으리라, 은연중. 아는 만큼 보긴 하지만 보여 주어도 못 보기도 안보기도 한다.

사진은 금오산 풍경이다. 어제 오후 두 시가 넘은 시간에 지인의 톡이 왔다.
"낼 점심 같이해요"
"볕이 좋으니 지금 만나면 안 될까요" 라며 달려간 길에 만난 풍경이다. 데이트 신청받은 듯 그녀와의 두어 시간! 수면은 꽁꽁 얼어있있는데, 마음은 훈훈했다. 걷고 있다는 걸 잊고 대화에만 집중한 시간이었다. 한 번에 두 개가 잘 안 돼도 그렇지 정말 신기한 한 바퀴였다. 다 돌아왔을 때. 벌써.... 이런 경험은 젊을 때 데이트 때나 가능했는데.

각설하고. 어제는 욕망 앞에서 진일보한 내가. 연결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 그녀 덕분에 내 욕망을 재빠르게 낚아챈 시간이었다. 자유를 누릴 줄 아는 날들이 늘어갈 것 같은 예감이 온다.

'사람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다  (0) 2021.03.03
세배  (0) 2021.02.18
10시의 잎이 11시의 잎에게  (0) 2021.01.13
생태공원 겨울풍경  (0) 2021.01.12
밤새 눈 내리고 바람 불더니  (0) 2021.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