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금오산 아침풍경

구름뜰 2022. 4. 7. 08:18

때 맞춰 오는 비는
오랜만에 소식을 전해 온 이처럼 반갑다

삼월부터 걷기를 시작했다
걷다 보면 새싹들의 오종종한 도열과
나뭇가지에 꽃송이가 느는 걸 보느라
수시로 걸음을 멈추게 된다

겯는 동안
몸이 수월해지고
의식도 몸 따라 걸림 없이 자유로워지는 느낌이다
여행길처럼 잠시 날개를 편 것 같은 시간이 된다

이렇게 꾸준하게 걸어본 기억이
성인이 되고는 없다.
차가 대신해 준 이동 덕분에
두 다리는 오래도록 퇴화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초. 중. 고 12년 등하교 길은 다 멀었다
30~40분 정도는 걸어서 등교하는 환경이었다
지각이나 결석 같은 걸 한 적이 없으니
내 다리는 건강하고 성실했다
덕분에 성장판 자극도 되었는지
키가 형제들보다 큰 걸 보면 여축없었던
등굣길 덕분이 아니었나 싶다

어른이 되고 걷는 걸 되도록 피했다
등굣길이 즐거운 시간은 아니었던 건지
지금에서야 걷는 맛을 알게 되었다

걷기 시작하고 사흘 정도는 종아리가 뭉치더니
이후론 종아리에도 물이 오르는지 멀쩡해졌다

몸은 끈기 있게 밀고 나가는 사람들이
도전하기 좋은 과제다

변화무쌍한 자연
변하지 않고 자연이 한 계절에만 집착했다면
꽃은 피지도 않았을 것이고
봄이 와도 봄비가 와도
자라지 못하는 나무가 되었을 터이니

사월 봄비
너는 내리고 나는 젖었으니
빗방울 연두가 꿈꾸는 아침이다
22.4.7 이른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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