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스님이 정육점에서
돼지고기 목살 두어 근 사들고
비닐봉지 흔들며 간다
스님의 뒷목이 발그럼하다
바지 바깥으로 생리혈 비친 때처럼
무안한 건 나였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분홍색 몸을 가진 것
어쩌면 우리가 서로 만났을까
속세라는 석쇠 위에서 몇 차례 돌아누울
붉은 살들
누구에겐가
한 끼 허벅진 식사라도 된다면
기름냄새 피울 저 물컹한 부위는
나에게도 있다
뒷모습은 남의 것이라지만
너무 참혹할까 봐 뒤에 두었겠지만
누군가 내 뒷모습 본다면
역시 분홍색으로 읽을 것이다
해답은 뒤에 있다
ㅡ 이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