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or 여행 에세이

제주 여행기 2 ㅡ곶자왈 도립공원

구름뜰 2023. 4. 16. 09:41


곶자왈은
제주에 화산지형을 일컫는 '곶'(숲)과 '자왈'(가시덤불)의 합성어라고 한다.

'제주어 사전'에는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헝클어져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으로 정의되어 있다고.

수백 년 동안 자연상태에서 살아남은 것들, 그 숲에 인공의 길이 더해져 우리가 들어가 볼 수 있게 된 셈이니 귀한 길이 아닐 수 없다.


제주 도착 첫날!
걷기로 작정한 여행이었기에 어릴 적 고향동산으로 달려가듯 곶자왈의 품으로 기꺼이 들었다.

월요일이라 사람 소리 보다 새소리가 동행하는 길이었다.


자연림이고 용암숲이며 휴대전화가 안될 수도 있고 화장실도 없다는 안내판이 있다.

다만 걷기에 좋은 길!
길엔 원시 그대로의 덤불이 뒤엉켜 있었다. 길 아닌 곳으로는 한 발자국도 허락할 수 없단 듯 현무암도 그위로 자생하는 풀도 나무도 덩굴도 얽히고설켜있었다. 사월에 이 정도면 녹음 우거질 여름쯤이면 어떨지.


종가시 나무가 유독 많았다


덩굴은 위에서 아래로 아래서 위로, 타잔 놀이하기에도 충분할 만큼 굵은 것도 있었다. 당겨보니 어딘가에 팔을 뻗어 지탱하는 힘이 있었다.


평지성이라 그런지 친절하게도 전망대가 있었다.


전망대에서 본 한라산이다


맨발로 걷기를 좋아하는 지인은 현무암 뾰족뾰족한 길을 맨발로 걸었다.

운동화를 신고도 발밑을 살피지 않을 수 없었는데, 발바닥 감각까지 채우고 싶은 저 취향을 뉘라서 방해할 수 있으리......,



하늘은 보이지 않고, 나뭇잎 사이로 빛이 총총총 내려앉은 걸 보면서 인상주의 화가 모네가 생각났다.

빛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화가, 자신의 집에 정원을 만들고 수련을 꾸미고 꽃뿐 아니라 연못에 쏟아지는 빛을 매 순간 담아냈던 화가! 여기 곶자왈 오지 숲에도 나무와 빛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걷기에 둘째라면 서운해할 지인들
그녀들과 합류하기 위해 나는 한 달 전부터 나름 허벅지와 종아리를 준비해 온 터였다.


리듬을 맞출 수 있었다 그것도
여유 있게..


곶자왈의 사월 숲
길이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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