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향기

붉은 맛

구름뜰 2023. 8. 14. 16:21


동무랑 산책길에 가까운 절까지 가게 되었고 인적 없는 도량에 취해 대웅전 옆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안 가본 길로 가보자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비 온 뒤라 길은 젖어있었다. 차 한 대가 지나가더니 저만치서 문이 열리고 손짓을 했다. 방금 지나온 곳이 지인부부의 공장이었던 것이다

고추라도 따가라며 텃밭을 안내했다. 붉게  한창 물오른 고추밭, 이랑에도 고랑에도 잡초는 없고 씀바귀 한포기 넓적하게 고춧대자리에서 자라고 있었다. 가을이면 아마도 김치를 담그지 않을까.

잘 익은 홍고추가 되기까지, 가물었던 봄부터 손이 얼마나 갔을지 정을 한 움큼 받은 기분이다.

열무 한 단을 사고 햇배와 마늘 생강 양파를 듬뿍 갈아서 자박자박 열무김치도 담그고 부추김치도 담갔다

여행에서 돌아와 근 한 달 만에 내 손으로 만드는 음식맛이 그리움을 채우는 일같이 각별하다. 여행지에선 입맛이 없어 애를 먹었는데 양념맛도 야채맛도 신토불이다



칼칼하면서 단맛이 강한 붉은 맛. 사람 없는 절간까지 시골쥐라서 누리는 특혜라고 우기고 싶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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